스페인 새 법안 발의

    “예스(Yes)가 아닌 것은 노(No)입니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정부가 ‘명백한 동의 없는 성관계는 성폭행’이라는 내용의 새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에서 문제시됐던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대한 오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분명하게 법적 정의를 내렸다.  17일 BBC 등에 따르면 카르멘 칼보 부총리는 국회에 성범죄 적용 범위를 대폭 강화한 법안을 발의했다.

    양성평등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칼보 부총리는 “여성이 예스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는 모든 성관계는 ‘노’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성에 대한 인간의 자주성과 자유,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성범죄자들에게 더 책임을 물릴 것이고, 정부는 성폭력과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 발의는 산체스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체스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적으로 동의했는지에 대한 모호함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체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16년 팜플로나 황소 달리기 축제 중 18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피고인 5명이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아 대국민 시위가 발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4월 소녀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력이나 위협은 없었다고 판단해 집단 성폭행죄가 아닌 단순 성적 학대 혐의만 적용했다. 검찰은 22년형을 구형했지만 결국 피고인들은 징역 9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더구나 법원은 지난 6월 6000유로(약 789만 원)에 이들을 각각 보석 석방해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빌바오, 발렌시아 등 스페인 전역에서 수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스웨덴에서도 지난 1일 명백한 동의 없는 성행위를 성폭행으로 판단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지금까지 스웨덴에서는 위협이나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성이 말과 행동으로 확실하게 동의하는 뜻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성관계가 이뤄지면 모두 성폭행으로 간주된다. 당시 스웨덴 법원은 “성범죄 유무죄 판단에서 피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었다.

    외신들은 스웨덴이 전 세계에서 남녀평등이 가장 잘 구현되는 나라로 꼽히고 있지만, 성범죄가 잇따르자 변화하기 위해 이 같은 법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스웨덴에서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7000건 이상의 강간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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