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적 있으나 청탁 무관”유서 발견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드루킹’김동원(49, 구속기소)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4천6백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 H 아파트 1층 현관 앞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고(故)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빈소에는 23일 오후부터 정계 인사를 비롯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노 의원 빈소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 한국당 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보낸 조화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특검 소환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원의 빈소인 터라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비통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한 채 주로 눈짓이나 고갯짓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정치권의 행렬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66)과 김경수 경남지사(51)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김 지사는 “영남이라는 어려운 지역구에서 함께 정치 활동을 했기 때문에 든든한 언덕 같은 선배님이자 존경하는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오전 11시30분쯤 빈소를 찾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2)은 “마음이 너무 아파 차마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는 좋은 사람을 이렇게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는 “힘들어하신다”고 짧게 답했다. 보수 정치인들도 고인을 기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60)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60), 한국당 강효상·나경원·정진석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61) 등이 빈소를 찾았다.

    별세 사흘째인 2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로 붐볐다. 휠체어를 탄 중년 남성, 아이 손을 잡고 온 30대 부부, 작업복 차림으로 동료들과 손을 맞잡은 노동자, 손에 쥔 국화를 놓지 못하는 70대 노부부…간혹 멀쑥한 양복 차림의 유명인사도 보였지만 장례식장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대부분 시민들이었다. 노 원내대표와 사적 인연은 없지만 저마다의 기억으로 추모하고 싶은 마음이 묻어났다. 시민들이 상주였다. 빈소 주변과 고인의 영정 앞엔 시민들의 추모글이 가득했다. 장례 첫날인 지난 23일 오후 5시 이후 이날까지 고인을 기리기 위해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오후 5시30분 기준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시민장례위원은 이날 오후 7시 2100명을 넘겼다. 정치인들의 상조깃발은 복도 끝에서야 보였다.

    지난 24일 조문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한다 하는 고위층도 추모행렬에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서야 조문할 수 있었다. 노 의원을 추모하는 마음에서는 모두 평등했고, 어떤 새치기도 건너뛰기도 없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애도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당 정유섭 의원(63)은 “너무 사람이 맑아 스스로 용서되지 못한 모양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 정치행태가 상생과 협치로 바뀔 것을 희망한다”고 썼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최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노 의원의 장례식을 5일간 정의당장(葬)으로 치르고, 상임장례위원장으로 이정미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의원의 유서 1통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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