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간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7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총 1,100여 개 품목,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 그러자 중국이 즉각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로 대응했고, 미국이 다시 중국발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세계 경제를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미중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 트럼프 대통령 측의 경제 전문인들은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중국보다는 미국이 유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여파를 겁내지 않아 하는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들은 미국이 이미 이기고 있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매년 5,000억 달러 넘는 물건을 팔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시장에 겨우 1,300억 달러어치만 팔고 있는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무역 불균형 때문에 관세라는 폭탄이 똑같이 떨어지면 결국 ‘훨씬 더 많이 파는’ 쪽인 중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강조하고 있다.

    철강 수입과 알루미늄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미국 제일주의를 제창하는 그에게는 당연한 정책이다. 현재 미국은 전체 철강 수요의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알루미늄 수요의 90% 이상이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의지이다. 미국은 작년 기준으로 GDP의 거의 3%에 달하는 5,66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축소시키면서 미국 경제의 해외의존도도 높이고 있다. 때문에 거시 경제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트럼프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무역적자를 줄여 보겠다는 정책을 구상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관세 폭탄' 정책을 옹호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관세가 최고다! 무역에서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한 나라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관세를 물게 된다. 우리는 도둑질을 당하는 '돼지 저금통'이다. 다 잘 될 것이다. 앞으로 무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일방통행적 해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이곳 저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을 때 가장 환호했던 기업은 미국 세탁기 제조업체인 월풀이었다. 지난 1월 월풀의 최고경영자 마크 비처는 "의심할 여지없이 이것은 긍정적인 촉매가 될 것"이라며 LG전자,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회사는 세탁기 관세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월풀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나 하락했으며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00만 달러나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바라보는 비처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4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라거나 "잠재적인 미래 관세와 무역 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1월에 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결국 세탁기 업계에서는 잇단 관세 조치로 오히려 미국 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탁기 관세로 LG와 삼성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2017년 미국은 대형 세탁기를 월 평균 35만대 수입했지만 올해 4월까지 월평균 수입은 16만1000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0% 이상 상승했다. 오히려 월풀 세탁기의 가격이 더 크게 올랐다. 월풀의 저가형 모델의 가격은 1월 329 달러에서 6월 429 달러로 30%나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494 달러에서 582 달러로 17.8%, LG전자 제품은 629 달러에서 703 달러로 11.8% 오르는 데 그쳤다. 그 동안 월풀이 지속적으로 LG와 삼성의 덤핑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중국, 태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해가며 무역 장벽을 피해갔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LG와 삼성은 미국에도 세탁기 생산 라인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관세 조치가 월풀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음달부터는 관세 때문에 콜라 값도 오른다. 코카콜라사가 불시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코카콜라 측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운임과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대응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늘었다고 전했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큰 직격탄은 단연 자동차 가격이다. 9월1일 노동절 연휴를 전후해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차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은 관세 ‘후폭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수입차 가격은 평균 5,8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랜드와 차종에 따라 인상폭은 차이가 있겠지만,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수입차 가격 인상폭은 대략 10% 선이다. 자동차연구소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의 경우 2270달러, 수입 자동차의 경우 6875달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조만간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미국 내에서 육성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축소시킬 수 있으나, 교역 상대 국가들로부터의 보복 무역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수출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또,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축소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이나 그에 연관된 산업들이 기술 자동화의 진전으로 인해 고용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수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관세로 인해 촉발되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 관세를 높임으로써 유발되는 무역전쟁은 미국과 교역상대국들에게 공동피해를 가져오게 되며, 수출 축소로 미국 내 기업들도 피해를 입으면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 고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미국경제가 결국 대공황에 빠진 예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20세기 후반처럼 미국경제의 영향력이 방대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높은 관세를 무기로 하는 교역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또한 중국이나 유럽연합이 미국 수출에 높은 관세부과로 맞서고 있어서 미국의 교역협상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미감정의 확산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호텔이나 식당이 미국의 거듭된 관세부과에 반발, 미국인 고객들에게 25%의 추가 요금을 받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정책은 그가 제창하는 미국 제일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국에 살면서 미국 자국우선주의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지나친 자국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지금만큼이나 자국의 영향력을 대접받지 못한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트럼프 측의 경제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관세장벽을 높이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 자동차연구소는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들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0만대 감소하고 71만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했다. 트럼프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정책은 당장 미국 내 무역적자의 축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작 부작용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된다. 때문에 트럼프가 야심차게 시작한 이 무역전쟁의 진짜 승자가 단연 미국이라고 호언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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