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에 가장 쉬운 언어라는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풀어보기로 하자. 오래전 대학에서 영자 신문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3학년 학생 두 명이 신문사로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함께 대학에 들어온 후, 그들은 각자의 미래 계획을 함께 논의했다. 그 가운데 서로 동의한 것이 군대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장차 중단 없는 계획의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군에 입대하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여 제대하기 전까지 반드시 워드파워에 수록된 숙어와 단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암기할 것을 서로 약속하였다. 워드파워는 당시 가장 잘 나갔던 영어 단어/숙어집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대하여 대단히 뿌듯하게 느꼈다. 그들은 나에게 워드파워에 있는 어휘는 무엇이든 시험해보라고까지 했다. 그들은 또한 워드파워를 정복하였으니 영어를 아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단한 설레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공부하여 해외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영어문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들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문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영어문법만 익히면 워드파워의 어휘력을 바탕으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렇지만, 워드파워의 모든 단어와 숙어는 암기하였지만, 그들의 영어 발음은 대단히 미숙하였다. 그들이 나에게 영어문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을 하였지만, 나는 문법을 우선적으로 공부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영어문법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매일같이 별도의 시간을 내서 영어문법공부에 집중하였다. 결국 나와 함께 영어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그들은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면서 영어공부를 포기한다고 선언하였다. 군대에서 3년 동안 워드파워를 모조리 암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의 영어공부로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대단히 실망적이었던 것이다. 그대신 그들은 일본어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일본어는 6개월 동안 공부하면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일본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 사람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 에피소드를 편의상 ‘일본어 케이스’라고 해두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C씨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약 4년을 살았다고 했다. 처음에 약 1년 정도는 일본어를 배우기 위하여 학원에 다녔는데 일본어를 상당히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마치 일본 사람들조차도 그 사람이 일본 사람인 줄로 착각할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는 영국으로 가서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영어 학교에 등록을 했다. 영국에서 2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얼마 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한국어를 제외한 일본어, 중국어, 영어 및 스페인어 가운데 C씨는 일본어가 배우기에 가장 편했고, 다음으로는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중국어가 편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서 10여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영어가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라고 한다. 스페인어도 영어보다는 쉽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는 편의상 ‘영어 케이스’라고 하자.위의 두 케이스를 통하여 언어의 유사성과 습득 효율에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학습자의 언어와 공통적인 특징이 많은 언어는 배우기가 쉽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순, 소리 체계 및 다수의 한국어와 일본어 및 중국어와 같이 굳이 지역적인 가까움을 떠나서 많은 부분의 언어적인 유사성과 공통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언어들에 대하여 편리상 근린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자.

    역사적으로 같은 계통에 속한 언어들에 대하여 동족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한다. 동족어는 본질적으로 쓰기 체계, 소리 체계, 문법 체계 및 언어적 자원 등 많은 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원래의 동족어들이 공유하는 상관성은 세월에 따라 점차 약해지며 결국 각자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한편, 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공통적인 요소를 나누는 것이 많지 않으므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이 어렵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공통점이 아주 적고 문자와 자모음 및 소리 체계 등의 차이가 심한 언어를 이색어라는 표현으로 칭하기로 하자. 이제 다시 배우기에 가장 쉬운 언어라는 것이 과연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자.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우선 어떤 언어도 간단하고 쉽게 습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로 근린어나 이색어와 비교하여 동족어 특히 근거리 동족어는 상대적으로 배우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색어가 습득하기에 가장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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