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영국 신임 외무장관인 제레미 헌트의 말실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BBC는 그의 실수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헌트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헌트 장관은 자신의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 시안(西安) 출신인 아내 루시아 궈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환심을 사려 했던 것이다. 궈는 영국 대학에서 유학하다가 헌트 장관을 만나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헌트 장관은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내 아내는 일본인이다” 즉각 실수를 알아챈 헌트 장관은 바로 정정했다. “아내는 중국인이다. 미안하다.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우리 아이들도 반은 중국인이다. 아이들의 외조부모님도 여전히 시안에 살고 있어 중국에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좌중은 헌트 장관의 실수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BBC는 “심각한 실수”라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헌트 장관의 실수는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 것일까. 중국과 일본은 앙숙이다.

    BBC는 “중국과 다른 나라를 혼동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환심을 사기에 좋은 행동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혼동하는 것은 최악”이라며, 과거 양국이 전쟁을 치렀고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일본이 전쟁 중 저지른 악행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중국의 중장년층은 일제 상품 구매나 일본 여행을 꺼린다는 점도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일본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일본어를 구사한다. 이날 왕이 외교부장과도 일본어로 대화했다.  BBC는 “이 때문에 헌트 장관이 회담 중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럼에도 왜 중국 측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일본인’이라는 말실수를 했는지 설명하기엔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내에 대해 말하는 중 실수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BBC는“동아시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흔한 농담이 있다”며 “많은 동아시아인이 이런 어설픈 추측에 불평한다”고 전했다. 또 중국계에게 ‘곤니치와’라고 인사하고, 일본계에게 ‘니하오’라고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며, 이것이 동아시아인들에겐 짜증 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BBC는 중국인 가족이 있다는 점이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건 아니라는 점도 거론했다. 일례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주중 미국 대사를 역임한 게리 로크는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국 매체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그에 대해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평범한 미국 정치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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