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인회가 통합을 발표했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와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는 지난 수요일 열린 광복 73주년 기념식장에서 두 손을 맞잡고 통합을 추진할 것임을 공표했다. 일단 통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콜로라도의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로서 60년이 넘는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한인회장이라고 하면 이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한인회장을 역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래된 이름만큼이나 그 세월에는 희로애락이 묻어 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야 했지만 반목과 내분의 역사도 담고 있다. 한인사회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만들어놓은 한인회관이 2007년 1월에 매각된 이후 한인회의 활동은 점점 수그러들었다.

     어떻게 회장이 선출되었는지, 어디서 한인회의 업무를 보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마치 한인회는 비밀기관처럼 움직였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인사회로부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젊은 한인 2세들이 참신한 모습으로 한인회를 이끌고 있다지만, 몇몇 이전 회장들의 독단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의 이전 이름은 2007년에 만들어진 덴버 광역한인회였다. 한인회관이 매각된 직후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콜로라도주 한인 노인회에 관계된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그해 만들어진 한인회였다. 즉 덴버 광역한인회는 현 콜로라도 주 한인회에 대한 불만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한인회였다.

    덴버 광역한인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가 생각난다. 기대도 컸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병폐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한인회였기 때문에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기세였다. 그래도 6대째 회장이 역할을 이어가면서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활동 성과에 뒤지지 않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 콜로라도 주 한인회와 버금가는 인지도를 쌓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아쉽지만 덴버 광역한인회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한인회가 하는 일이 없어서 어부지리로 인지도가 올라간 부분도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이사회와 회장단의 갑작스런 분열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새 회장이 선출되었지만 전성기 때와 비교해보면 이들의 부활은 아직 미지수이다.

    총영사는 새로 부임할 때마다 콜로라도의 한인회가 둘로 나눠져 있어 늘 난감해 했다. 동포 상견례 자리에서 두 한인회 대표들의 고성이 오간 적도 있다. 어느 한인회에 더 많은 시선을 줘야 할지 곤란해 결국은 아예 두 한인회를 배제하고 제3의 단체와 일을 진행할 때도 있었다. 영사관에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한인회가 두 개이기 때문에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대외적인 신뢰도 또한 낮아져 주류사회와 연계를 할 때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신문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 콜로라도로 이주해온 교민들이 한인회의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마다 참으로 난감했다. 한인회 주소를 물어볼 때면 필자도 몰라 더 난처했다. 덴버 광역한인회가 명칭을 연합한인회로 바꾸기 전인 2014년 3월, 광역한인회의 4대 회장인 최효진씨가 한인회 통합 제안서를 최초로 내놓으면서 통합의 의지를 먼저 전달했다. 하지만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이 제안서에 대해 대답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며 일축했고, 지금까지 그 어떤 답도, 제안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4년이 흘렀고 드디어 지난주 한인회 통합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우선 통합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단연 한인회의 명칭건이다. 명칭의 단일화를 시행함으로써 통합의 의미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명칭 문제는 통합 의지가 대두될 때마다 매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통합 제안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왔던 쟁점이었다. 두 개의 한인회 이름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전혀 다른 한인회의 이름을 사용하자는 의견 등이 분분했지만, 결국 각자의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두 번째 단계는 통합 한인회장의 선출 건이다. 통합 준비위원회는 이제부터 어느 쪽 한인회의 회장을 통합 회장으로 선출할 것인지, 혹은 현 회장들은 준비위에 머물면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것인지, 혹은 공동회장 체제로 다음 임기까지 끌고 갈 것인지를 속히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한인회장은 당연히 공탁금을 걸어 등록을 하고, 투표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져버려 왔기에 볼품없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한인회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자기 사람을 앉히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차기 대권 자리에 자기편을 앉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단계는 과오 청산이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회관 매각 후 받은 13만 달러나 되는 금액을 변호사비와 통역비 명목으로 사용했다며 한인 사회에 한 푼도 환원하지 않은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인회관 매각 재판에서 법정 통역을 맡은 인사를 회관 매각 직후 다음 회장으로 앉혀 놓아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선거 절차를 지켰다는 제스츄어로 공탁금을 걸었다면서 체크를 카피해 언론사에 보여주었지만, 이 체크가 한인회의 은행계좌에 언제까지 입금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의문이 남아 있다. 한인회가 둘로 나뉜 결정적인 계기는 한인회관 매각이다. 때문에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한인회관 매각 이후 콜로라도주 노인회가 밝혔듯이, 매각 금액의 사용출처를 은행계좌 및 회의 자료 등으로 충분히 동포사회에 소명해야 한다. 이런 과오 청산의 노력 없이는 통합의 진정성을 말할 수 없다.

     동포사회의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 없고,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쓸데없는 변호사 편지나 보낼 궁리를 하고, 한인회 감투가 대단한 권력인양 착각하면서 그 권력 위에 군림하는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한인회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지금까지 한인사회를 분열로 이끈 원로들은 이쯤에서 욕심을 버리고 빠져주길 바란다. 어쩌면 한인회 이름, 회장 임기, 이사회 구성 같은 것들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인회의 통합을 저해했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절대 변하지 않는 관계자들이다. 그들은 한인회를 마치 하늘에서 자기들에게 내려준 신의 선물인양 착각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인사회의 가장 큰 재산이었던 한인회관의 매각 전이나, 매각 후에도,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한인회 관련 인사 구성원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과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당신이어서 이것밖에 안 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기들만이 한인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오만, 자기들만이 한인회장을 골라야 한다는 집착 말이다. 그런 오만으로 한인회관을 날렸고, 그 집착으로 한인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었다. 이번에야말로 끼리끼리 해먹는 한인회가 아니라 '통합’의 이미지에 걸맞는 범 동포적 한인회의 모습으로 거듭 나야 한다. 두 한인회에서 4명씩 대표로 나와 통합 준비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한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 새 역사를 쓰는 중대한 집필관임을 명심하고, 대통합의 모습을 오롯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 또한 우리 각자도 한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11년만에 찾아온 한인회의 통합을 위한 행보를 책임감 있게 주시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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