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 거품 논란’세가지로 분석

    서울 강남에 ‘3.3㎡당 1억원’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집값 거품’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전문가 의견도 첨예하게 맞선다. 집값 절대치, 임대 수익률, 국민소득 대비 가격 등 다양한 지표를 이용, 서울·강남 아파트값을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을 비롯한 외국 아파트와 비교해봤다.

    ◆뉴욕 강변 아파트 3.3㎡당 1억인데…
    집값이 적정성 여부를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국 집값과 직접 비교하는 방법이다. 논쟁에 불을 댕긴 것은 서울 서초구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동(棟) 공급면적 80㎡(전용면적 59㎡)가 최근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208만원꼴이다. 미국 뉴욕, 그중에서도 강남에 해당하는 맨해튼에서 똑같이 강(허드슨강)변에 자리 잡은 수리하이라인(Soori High Line) 아파트와 비교해봤다. 이 아파트 공급면적 218㎡ 아파트 호가(呼價)는 27일(현지 시각) 기준 71억원이다. 3.3㎡당 1억757만원이다.

    올해 기준 1인당 GDP는 미국이 6만2152달러, 한국은 3만2774달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똑같은 돈으로 한강이 보이는 강남 아파트를 살 것이냐, 허드슨강이 보이는 맨해튼 아파트를 살 것이냐고 자문해보면 간단하다”며 “서울 집값이 최근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단편적인 비교는 곤란하다”며 “그런 식이라면 베이징에서는 올 6월에 톈안먼 광장 부근 화장실도 없는 6.7㎡(약 2평)짜리 70년 된 단칸방이 5억여 원에 팔린 것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월세에 비해 턱없이 비싼 집값
    임대료 관점에서 비교해보자.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국장)은 최근 조선일보가 주최한 ‘2018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패널로 나와 ‘서울 집값 거품론’의 근거로 임대료를 제시했다. 김 국장은 “전·월세는 ‘시세 차익’ 목적 없이 순수하게 그 집에서 살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가치를 반영한다”며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월세가 안정된 상태에서 매매 가격만 치솟고 있는데, 이는 집값에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뉴욕의 똑같은 ‘호가 20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끼리 비교해봤다. 시중에 나온 서초구 반포써밋 공급 114㎡ 월세 매물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10만원. 미국에 없는 보증금 5000만원까지 월세로 환산하면 330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맨해튼 5번가 325번지 공급 111㎡ 월세는 666만~805만원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연간 수익률은 반포가 1.9%, 맨해튼은 3.9~4.7%이다. 마포·용산 등의 유명 아파트도 임대 수익률이 2%대 초반을 넘는 곳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가 임대 시장을 왜곡했기 때문”이라며 “주택 임대 시장의 주류인 전세 계약이 월세 상승을 막고 있지만, 전세가 없다고 가정하면 월세도 매매 가격에 맞춰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득 대비 집값, 런던보단 싸고 도쿄보다 비싸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price-to-income ratio)’은 대표적인 집값 비교 지표이다. 평균 소득의 국민이 월급 몇 년치를 안 쓰고 모아야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살 수 있느냐를 가리킨다. 시민 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근거로 PIR을 자주 사용한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넘베오’의 2018년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17.8포인트. 조사 대상 302개 국가 중 31위이다. 위로는 홍콩(46.9), 타이베이(21.1), 런던(20.6), 파리(18.5) 등이 있고, 아래로는 도쿄(13), 토론토(12.1), 뉴욕(11.9), 베를린(10.4), 로스앤젤레스(7.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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