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피아노라는 악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대중화가 되었을까요? 악기는 크게 분류를 하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구분을 지을 수 있겠으며 피아노가 속해 있는 건반악기는 현악기로부터 시작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형태의 현대적 피아노가 되기까지 피아노라는 악기는 현악기와 건반악기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오늘의 형태에 이르었는데요, 오늘은 건반악기의 역사와 더불어 그 역사에 공헌을 세웠던 작곡가와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초기 형태의 건반악기는 현을 단순하게 공명통 (울림통)에 부착하여 둥근 해머가 끝에 달린 스틱을 이용하여 치는 형태의 덜시머 (Dulcimer) 라는 악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덜시머라는 악기는 중동에서 유래하여 11세기쯤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반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드러나 있는 현을 직접 치는 형태로써 지금의 피아노가 해머를 이용하여 현을 직접 쳐서 소리를 낸다는 면에서 피아노의 직계 조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피아노 발전에 영향을 준 악기는 클라비코드(Clavichord) 라는 악기를 들 수 있습니다. 14세기부터 쓰여지기 시작하여 16세기에는 활발히 쓰였고, 18-19세기에는 하프시코드라는 악기에 밀려 사용이 줄어들기까지 쓰여졌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이 악기는 파이프 오르간이 주로 쓰여지던 시절에 간편한 형태의 건반악기로 고안된 것으로 형태는 가로 150cm, 세로 50cm, 깊이 15cm 정도의 나무상자에 소형 건반들과 현들이 드러나 있는 형태입니다. 현대의 피아노같은 발을 이용하는 패달은 없었으며, 건반을 누르면 일종의 지렛대가 움직여 그 끝에 붙어 있는 탄젠트라고 하는 놋쇠막대로 현이 구분되어 필요한 음높이를 만들면서 동시에 가볍게 현을 때려 진동시키는 방법입니다. 워낙 작은 형태로 만들어져서 음량이 매우 작고 가벼웠으나, 현대적 피아노처럼 작고, 큰 소리를 조절할수 있었으므로 매우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사랑했던 악기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J. S. Bach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2성 3성의 〈인벤션〉은 원래 이 클라비코드를 위한 작품입니다.
 
    다음으로 볼 하프시코드(Harpsichord) 라는 악기는 현대적 피아노와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위에 설명된 현대에는 사라져버린 악기들에 비하여 요즘에도 사용되고 있는 고전형태의 악기입니다. 소리를 내는 메카니즘은 피아노랑 조금은 다른데, 건반을 눌렀을 때 건반 끝에 장착된 잭(Jack)이라는 장치가 올라가면서 현을 뜯으며 소리를 내는 형태입니다. 기타를 칠 때, 손가락으로 줄을 튕기는데 그 손가락 역할을 잭이라는 기구가 감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리도 지금의 피아노같은 소리보다는 기타의 소리에 더욱 가까운듯 하기도 합니다. 이 악기는 현을 튕기는 형태이기때문에 셈여림을 조절하기가 힘들었고 또한 소리를 지속시켜 연결을 하는 레가토(legato)주법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클라비코드에 비하여 음량이 월등하여 연주회에 적합했고 또한 화려한 외관은 유럽의 발전과 더불어 이 악기를 16-17세기 최고의 악기로 성장시켰습니다. 17세기에는 건반을 두 단으로 장착하고 스톱(stop)이라는 장치를 고안하여 두 단을 동시에 치거나 소리를 변환시키는 것도 가능하게 발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비발디, 바하, 헨델, 스칼르랏디와 같은 바로크 시대의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이 악기를 이용하여 건반음악을 작곡했습니다. 1709년은 피아노의 발전사에 매우 중요한 해인데요, 이탈리아의 크리스토 포리라는 악기 제작자가 “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 라는 악기를 개발했습니다. 줄여서 포르테 피아노라고 불리는데요, 해석을 하자면 “여림과 강함을 가지는 근엄한 하프시코드” 라는 악기입니다.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하프시코드의 단점인 셈여림 표현의 불가능을 해결하며, 더 풍부한 음량을 위해서 개발된 건반악기인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클라비코드와 비슷하게 헤머로 현을 쳐서 소리를 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이 하프시코드에 비하여 튼튼하여 풍부한 음량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토 포리는 이후에 몇 대를 시험적으로 더 만들고 포르테 피아노 제작은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건너가게 됩니다. 독일의 질머만에 의해서 급속도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19세기 후반에는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는 사양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18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포르테 피아노는 지금의 피아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보다 훨씬 건반의 수가 적었으며 지금과 같은 발페달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모짜르트나 (1756-1791) 베토벤(1770-1827)은 많은 수의 피아노만을 위한 소나타를 남겼고, 베토벤의 말년에 (1820년대) 작곡된 피아노 소나타들은 그 당시의 포르테 피아노가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주법 등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베토벤 사후,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피아노는 강철로 현을 만들고 양털로 만든 펠트를 이용해 해머를 발전시켰으며 발을 이용한 뎀퍼페달 (현대 피아노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페달)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현대 피아노와 매우 흡사한 피아노 구조를 이루어냈습니다.
 
    이 시대에 두 사람의 피아노 발전사에 중요한 작곡가가 바로 쇼팽 (Chopin 1810-1849)과 리스트 (Liszt 1811-1886)입니다. 쇼팽은 이 발전된 악기를 기반으로 피아노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녹턴, 왈츠등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보일 수 있었고, 리스트는 더욱 강력해진 피아노를 기반으로 오케스트라에서나 구현할 수 있었던 풍부한 음량과 기교를 피아노 음악에서 완성시킨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라흐마니노프나 드뷔시와 같은 작곡가들을 통하여 피아노는 악기의 제왕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이 시기쯤부터 피아노는 스타인웨이나 뵈젠도르퍼처럼 피아노 메이커들이 생겨나 대량으로 피아노를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 콘서트 홀마다 피아노를 설치하고 가장 중요한 악기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으며, 1800년엔 미국의 존 호킨스에 의하여 고안된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는 이후 피아노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을을 맞아 주변에서 여러 연주회들을 찾아보실 수 있는데요, 피아노의 조상격인 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 연주를 통해서 피아노와 또 다른 건반악기의 매력에 빠져 보심은 어떠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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