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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갖춘 사람
2018년 09월 26일 (수) 08:33:36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몇 주 전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에 대한 추모열기가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뇌종양으로 사망한 매케인은 36년 동안 아리조나에서 6번에 걸친 상원의원을 한 사람이다. 더구나 2008년에는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버락 오바마와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비록 오바마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왔다. 무엇보다도 미국을 정말 사랑하고 항상 약자의 편에 서려고 했던 그의 일관된 일생이 새롭게 조명되었다. 미국에서만 그의 죽음을 애도한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한 시대의 영웅을 잃었다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애도 성명에서“존 매케인은 사회에 대한 헌신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시한 위대한 정치가였다”고 추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이다”라고 그를 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강력한 대서양 동맹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싸운 투사였다. 그의 중요성은 자신의 조국을 뛰어넘었다”고 그를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매케인 의원을 “미국의 애국주의자이자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지자였다. 그와 나눈 교제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개인적인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거의 한 가지로 압축된다. ‘품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 인기가 높았던 사람’ 이런 평가보다 품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평가가 더 친근하고 잔잔한 감동을 준다. 존 매케인이 ‘품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그의 삶에서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세 가지 태도 때문이다. 첫 번째 자기 이익을 먼저 추구하지 않았다. 51년 전인 1967년 10월 26일 당시 미 해군 소속 폭격기 조종사였던 매케인은 북베트남군의 공격을 받고 호수로 추락하게 되었다. 다행히 비행기에서 탈출에 성공은 했지만 성난 군중에 둘러 쌓여 체포가 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수용소에서 5년 반 동안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 그 기간 동안 온갖 고문을 다 당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석방이 된 후에는 군 생활을 계속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 일찍 석방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해군 제독으로 태평양 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월맹군이 알게 되었다. 월맹은 그를 협상카드로 이용하려고 조기 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매케인은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조기 석방되는 것을 거절했다. 포로가 된 순서대로 석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 부자의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참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단 하루라도 수용소를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들이 머뭇거리면 아버지라도 나서서 아들을 조기 석방시키려 해야 한다. 내 생명이 우선이고 내 안전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절대 절명의 순간에도 내 이익이 우선되지 않는 것은 품격이 남다르지 않고는 안되는 일이다.

    두 번째 매케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결코 흠결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36년간의 정치 역정 중에 그도 여러 번 과오를 저질렀다. 1989년에는 찰스 키딩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적도 있다. 자신의 유권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우스캐롤라이나 남부 연합기 이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와 맞붙었던 대선에서는 논란이 많았던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 내세워 패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케인이 다른 정치인들과 달랐던 것은 이런 과오를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를 비판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해 그가 뇌종양 수술을 받은 직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연방의회에 나온 적이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표결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연단에 선 그는 자기 생각에만 매여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정치를 질타했다. 그리고는 “나 자신도 종종 ‘공공의 선’보다 ‘정치적 승리’를 우선시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참회했다. 노정치인의 진심 어린 질책과 자기고백에 의사당 안은 숙연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를 꺼려한다. 상대방에게 질 것 같기 때문이다. 비난과 비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매케인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품격을 잃는 것은 잘못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면 오히려 품격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매케인은 비록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일지라도 존중과 사랑을 잃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베트남에서도 뜨겁게 일어났다. 사실 베트남 입장에서 보면 매케인은 전투기 직접 몰고 와서 자기 국민을 죽였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사랑이 그 어느 미국 정치인보다도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전쟁 후 매케인은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온갖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케인이 추락한 호수에는 그의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다. 그곳에 그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수북하게 놓여지기도 했다. 그는 고문 피해자였다. 그런 그가 베트남을 경원시하기보다는 베트남과 미국을 화해시키는데 앞장섰던 것이다.

    지난 2008년 대통령선거 연설 집회에서 한 매케인 지지자가 경쟁 후보였던 오바마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그는 ‘아랍인’이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다. 매케인은 그가 말을 마치도록 그냥 두지 않았다. 그의 마이크를 빼앗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는 경쟁자를 변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품위 있고 가정적인 사람입니다. 미국 시민입니다. 단지 어쩌다 보니 저와 그는 근본적 이슈들에 대해 의견이 다를 뿐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은 매케인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진정한 품격은 나와 불편한 사람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생각과 방향이 다른 것이지 그 사람의 인격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분명해야 한다. 그것이 품격이 높은 사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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