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거리 점수가 아주 낮은 동족어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로 간주되어 왔다. 이것은 같은 기간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능숙함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언어적 거리 점수가 상당히 높은 이색어의 경우, 같은 기간에 그와 같은 능숙함을 습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국어와 목적어의 언어적 거리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교육방법을 적용하여야 할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어린이들이 동족어를 습득하는 자연적인 방법과, 이색어를 습득하는 자연스런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언어적 직관이 통하는 동족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언어 자체가 갖는 특유의 현상은 이해의 대상인 지식의 범주가 아니라 습득의 대상인 기능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가운데 언어의 본질적인 기능, 즉 말하기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자연적인 언어습득과정을 보면 그 방법이 분명해진다.

     자연적 언어습득의 과정은 본질적인 언어 기능의 습득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문법위주의 언어적 지식 내지는, 읽기 및 쓰기 등과 같은 비본질적인 언어 기능, 또는 고작해야 피상적인 듣기 및 말하기 기능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 다양한 유형의 전통적 외국어 교습법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피상적인 듣기와 말하기 기능 교육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조건 듣기와 간헐적인 일대일 말하기 연습으로는 목적어를 습득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혹자는 자연적인 언어습득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성인으로서 제 2의 언어를 배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실시해온 그 많은 방법들이 성공적이지 못하였고, 정상적인 자연인 모두가 그러한 방법으로 각자의 언어기능을 완전하게 습득하였으므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언어습득의 과정을 활용하여 목적어를 익히는 방법이 현재까지 알려진 외국어 교습법 가운데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제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국어와 목적어의 언어적 거리와 상관 없이, 외국어의 교육방법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국어와 목적어의 언어적 관계와 상관 없이 외국어 교육은 말배우기 몰입훈련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며, 점차 학생들의 회화기량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단계적인 훈련과정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어와 목적어와의 언어적 거리에 따라 고급 수준의 말배우기까지 진도가 상당히 빠르거나 아주 늦을 수도 있다. 목적어로의 언어적 거리 점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말배우기는 더 쉽고 빨라질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언어적 거리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말배우기가 더 어렵고 상대적으로 늦어질 것이다.

    동족어, 근린어 또는 이색어를 가르치는 교육방법 및 차이점에 대한 위의 질문은 서로 비슷하거나 아주 다른 악기를 가르치는 방법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비유할 수 있다. 아무리 대상 악기가 학습자의 악기와 비슷하거나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 악기를 가르치는 방법 및 과정은 근본적으로 악기를 가르치는 전형적인 방법과 다를 수 없는 것이다. 즉,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매번 집중적인 연습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악기와 대상 악기의 비슷한 정도에 따라서 학생들이 빨리 또는 더디게 대상 악기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언어적 거리 점수가 낮다는 것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국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목적어에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훈련과 적은 양의 시간 및 노력으로 목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인도유럽어 가운데 많은 언어들은 아직도 상당히 많은 언어습득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목적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이색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짧고 낮은 강도의 말하기, 읽기, 듣기 및 쓰기의 말배우기 훈련과정을 통하여 목적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전통적인 문법-번역식 교습법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외국어 교습법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즉, 20세기 이전에 실시된 외국어 교육은 대부분 이웃 국가에서 사용되는 언어로서 근거리 동족어 또는 근린어에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어와 목적어의 언어적 거리가 대단히 가까운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두 언어간의 체계적인 또는 문법적인 차이점만 익혀도 동시적인 회화기량이 아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처리할 수 있는 문어 기량만으로도 다분히 효과적이었던 당시에는 충분히 효과적인 외국어 교습법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언어적 거리 점수가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이색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목적어를 습득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적 직관과 신체적인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형성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양의 표현에 대한 집중적인 말배우기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된다. 특히, 국어에 비하여 음성 특징의 언어적 거리 점수가 아주 높은 목적어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처음 과정부터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사실상 많은 학생들이 그와 같은 음성 특징의 언어적 거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서 말배우기 훈련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모든 언어의 습득은 언어적 직관과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의 형성이 요구된다. 이것은 마치 모든 스포츠 활동이 운동 감각과 신체적 능력 및 각종 기술의 활용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아무리 비슷한 스포츠라고 해도 그것을 익히기 위하여 똑같은 일상의 집중적인 연습이 요구되듯이, 언어도 아무리 목적어가 국어와 비슷하다고 해도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일상의 집중적인 말배우기 훈련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결국, 목적어로의 언어적 거리는 교습법과는 무관한 것이며, 다만 전체적인 진행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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