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한국나이 마흔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 남자도 그렇다. 1979년생, 국내 프로축구 최고령인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주인공이다. 전북은 7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32라운드에서 울산과 2-2로 비기면서 23승5무4패(승점 74점)를 기록했다. 전북은 6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2위 경남에 승점 19점 차로 앞서며 통산 6번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동국은 이날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우승 확정포’를 쐈다. 이동국은 올 시즌 팀 내 최다인 12골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은 2009년부터 488경기에 출전,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기동이 보유한 K리그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기록(501경기)까지 단 3경기만을 남겨뒀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축구에 데뷔했다. 그는 20년이 흘렀는데도 당시 체중인 80㎏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동국은 “얼마 전에 양복을 맞췄는데 허벅지 둘레가 예전과 같은 25~26인치였다”며 웃었다. 이 정도면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20인치)의 허리보다 굵다. 이동국은 “고교 시절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걸려 통학했다. 종아리 근육을 다지기 위해 버스에서도 선 채로 발뒤꿈치를 들어 땅에 닿지 않게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동국은 하루에 8~11시간 동안 잠을 깊이 자는 것도 체력 관리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성격이 예민하지 않고 무딘 편인 그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오리 백숙이나 부대찌개를 파는 전주의 식당에 가면 어렵지 않게 이동국의 사인을 찾아볼 수 있다. 쉬는 날에는 큰 딸인 테니스 선수 재아(11)와 테니스를 한다. 이동국은 “축구를 할 때 내 특기가 발리슛인데 테니스 선수인 재아의 주특기도 바닥에 튕기지 않은 공을 바로 넘기는 발리”라며 웃었다.

    ‘오 남매 아빠’ 이동국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그의 아이들이다. 이동국은 “아이들에게 ‘아빠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박수 받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축구 요코하마의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51)는 쉰 살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면서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미우라는 2부리그 J2 소속이고, 상징적으로 뛰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동국은 “매 시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경기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는 뛰고 싶지 않다”면서 “올해 전북과 계약이 끝나는데 아직 팀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없다. 진로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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