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손가락만으로 치는 것일까요?

    어떤 악기를 연주하던지 악기를 잘 다룰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피아노도 예외는 아닌데요, 오늘은 피아노 테크닉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피아노 테크닉은 피아노를 빨리 칠 수 있는 민첩성을 떠올리고, 이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민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과 피아니스트들의 선천적 민첩성을 비교해보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상당히 고급 수준까지 잘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물론 피아노 연주를 테크닉의 관점에서만 볼 수 없기에 고급 수준의 연주까지는 많은 다른 부분들이 수반되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의 민첩성을 가지고도 피아노를 잘 다루지 못함은 피아노의 원리와 정보를 알지 못해 음악적인 패시지를 다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테크닉의 습득은 주로 뇌와 신경을 발달시키는 과정이지 손가락의 힘과 민첩성만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피아노 연습이 단순히 손가락을 단련시키는 시간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그저 반복적인 학습에만 매달리는 경우를 보는데요, 그러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과정에는 손가락뿐 아니라 많은 신경과 뇌의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관련을 하는 것을 뇌 과학자들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아노 연습이 기억력 향상과 일상의 대처능력을 더욱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성인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하여 피아노 교습이 추천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피아노 테크닉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손가락, 손목, 팔, 허리 또는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두 번째로는 이것들이 뇌, 신경, 근육들이 무난하게 수행하고 통제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가지 좋은 예로, 많은 학생들이 손가락 모양을 동그랗게 만들어 피아노를 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이유와 다른 신체와 손가락 모양의 관계를 이해하는 학생은 거의 드문 것을 발견합니다. 펴진 손가락보다 손을 동그랗게 말았을 때 작은 힘으로도 근육을 빨리 움직일 수 있으며, 또한 다른 길이를 가진 각각의 손가락들을 동글게 만들면, 각각의 손가락은 얼추 비슷한 길이로 배열되므로 더 고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그란 모양의 손 밑에 만들어지는 공간이 손목과 팔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손끝이 좀 더 정확한 터치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신체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피아노 테크닉은 단시간 내에도 놀랍게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언급된 뇌, 신경, 근육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첫 번째의 과정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인내를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첫 번째 과정은 스스로 터득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교사로부터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과정은 시간과 노력을 수반해야 하기에 어렵고 힘든 과정으로 생각됩니다. 이 과정은 뇌와 신경과 근육들에게 첫 번째 과정에서 인지한 것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느리게 치는 것을 시작하여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을 이용해 근육을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운동을 할 때에 근육운동의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머슬 컨퓨젼(muscle confusion)을 주는 것인데 한 근육을 같은 방법으로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방법들을 사용하여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피아노를 치는 근육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한 패시지를 리듬을 바꿔서 연습을 하거나 반대방향으로 연습을 하거나 다른 스피드로 연습을 하는 방법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죠. 이 모든 과정들은 반복과 인내심을 수반하는 과정임을 꼭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두 과정의 정확한 인지가 없는 상태로 반복적인 손가락의 훈련만을 강요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근육이 우연히 올바른 방향을 숙지하여 테크닉의 발전을 이룰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한번 되었던 부분까지 잘 수행이 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으며, 비슷한 테크닉이 다른 패시지에서 나와도 쉽게 적용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또한 고급단계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과정과 인내를 배우지 못하게 되어서 결과적으론 피아노가 어렵고 어떤 패시지는 연주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이 두 가지 과정이 잘 반복이 된 학생들은 새 곡을 접해도 빠른 시일 내에 곡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어려운 패시지가 나왔을 때 그 원인이 테크닉의 결여에서만 기인된다고 보는 관점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 부분을 앞 뒤의 패시지를 천천히 보면서 음악적인 이해의 결여에서 오는 것인지 분석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프레이징을 살펴본다든지 문제 부분이 앞뒤의 부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죠. 그와 더불어 살펴야 하는 것이 위에서 언급했던 신체의 움직임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음악적인 이해도와 테크닉의 발전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놓치면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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