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상원 수성과 하원의 민주당 탈환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위대한 승리’라고 자축했지만, 미국 주요 언론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도 평가한다.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더욱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바람이 어느 정도 불긴 불었는데, 태풍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의석 수를 늘렸다. 상원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4789만 표(57%), 공화당은 3426만 표(41%)를 득표했다. 즉 민주당이 1300만 표 이상을 얻었다. 득표율에서는 확실히 앞선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더 많은 상원 의석을 가져간 건 공화당이었다. 민주당에 비해 5석 많은 51석을 차지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패배한 까닭은 무엇일까. 또,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인기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선거구 획정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인구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주 별로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와이오밍주(58만 명)와 캘리포니아주(4000만 명)의 인구는 60배 이상 차이 나지만, 뽑히는 상원 의원은 똑같이 2명씩이다. 결국 상원 의석수는 인구 수와 상관없이 주 별 득표율이 승부를 가르게 된다. 여기다 규모가 작은 주는 대부분 공화당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농장지대여서 공화당이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듭 강조한 또 다른 이유는 공화당이 트럼프주의자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공화당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면서 홀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은 백악관에서 백인 민족주의자라는 표적에서 벗어나 미 전역을 다니면서 트럼프 라인을 구축했고 그 결실이 이번 중간 선거로 드러났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서 혼자가 아니라 공화당과 함께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공화당 행정부는 예산, 의료, 국방, 세금을 비롯한 모든 입법 관련하여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동안 공화당 천하였기에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행정부가 밀고 나갈 수 있었지만 이젠 하원 과반 이상의 표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과 협력 혹은 협상을 해야 한다. 때문에 남은 2년의 임기 동안에는 시시콜콜 부딪힐 것이 뻔해 보인다.

    같은 결과를 놓고 각각의 동상이몽을 꾸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설전을 뒤로하고, 이번 중간 선거는 필자 개인적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난 수 년 동안 포커스 신문사와 접촉해 온 인사들이 대거 후보자로 나서면서, 선거전이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 동안 주류사회에 쌓아놓은 인지도 덕분에 연방하원의원, 주지사, 주최고 법무관, 주무장관 등 주요 후보들 대부분과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콜로라도 주의 선거 결과는 몇 개의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이 장악했다. 전 미주가 콜로라도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콜로라도에서 게이 주지사가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게이라는 사실이 질타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한인사회와 보수 그리고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게이는 정상적인 삶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때문에 게이 주지사와 마리화나가 판치는 콜로라도의 이미지가 다소 염려스럽기도 하다.

    또 다른 이변이라면 콜로라도의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인 마이크 코프만 연방 하원의원의 낙마이다. 그는 10여 년 동안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콜로라도 6 선거구에서 철옹성 같은 자리를 지켜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40세도 채 되지 않는 젊은 변호사 제이슨 크로우한테 자리를 빼앗겼다. 제이슨은 포커스 신문사에 별도로 광고를 게재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인사회에 호감을 보여주었지만, 포커스 신문사가 마이크 코프만 의원에게 힘을 실었던 것은 사실이다. 비록 낙마했지만, 그 동안 한인사회에 관심 가져준 그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주 최고 법무관으로 당선된 필 와이저 교수는 마이클 송 덴버시 수석 검사의 소개로 알게 된 인사이지만 젊은데다 보기 드물게 똑똑해서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의 임무를 틀림없이 이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반면, 그의 상대인 조지 브라우슐러는 지난해 검사장 시절 포커스와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한 인사여서 낙마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노력이 안타깝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특이할 만한 선거결과는 여성 의원들이 100명이 넘게 입성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미주 한인사회 역사상 최초의 한인 여성 정치인이 연방의회에 입성했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화당 소속 영 김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39선거구에서 26년간 13선을 하고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공화당 중진 에드 로이스 의원의 보좌관으로 21년을 일했다. 30년간 이 지역에서 이뤄온 유대관계를 유권자들이 인정해 준 결과이다. 이로써 그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여성' 연방 의원이 되었다. 또, 하원에서 최초의 무슬림 여성의원 두 명이 나란히 탄생했다. 소말리아계로 미네소타 5선거구에서 출마한 일한 오마르(37 민주)와 미시간 13선거구에 나선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탈리브(42 민주)는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되었다. 뉴욕주 14선거구에서 당선된 라틴계 정치 신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29 민주)는 최연소 여성 의원으로 기록됐다. 그는 뉴욕주 연방하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유력한 차기 하원 원내대표로 거론되던 10선의 조 크롤리 의원을 누르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여성 의원들의 약진 이외에도 이번 선거는 115년의 이민 역사를 가진 미주 한인사회에 정치적 도약이라는 큰 의미가 부여되었다. 동서부에 한 명씩, 앞서 언급된 캘리포니아(서부) 영 김과 뉴저지(동부) 앤디 김이 나란히 연방의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1992년 한인 최초로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이 당선돼 3선을 지내고 물러난 이후 지난 20년간 한인사회는 미국 정치의 사령탑인 연방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연방하원 선거에 두 명이 더 나와 총 4명의 한인후보들이 선거전에 나섰으며. 뉴욕에서는 4선의 주 하원의원(론 김), 뉴저지에서는 팰팍 최초의 한인시장(크리스 정), 워싱턴에서는 5선의 주 하원의원(신디 류) 등이 탄생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최석호 주하원의원, 토니 조 검사(LA 카운티 수피리어 법정 판사직), 도로시 김 판사(가주 항소법원) 등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한인사회가 정치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1968년 개정 이민법이 시행되면서 한인이민이 시작된 지 올해로 50년이다. 한인사회는 소수계이자 이민 후발주자로서 지난 수 십년간 뼈아픈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1992년 4.29 폭동이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격분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인근 주민들이 방화와 약탈로 분노를 폭발했었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인업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피땀 흘려 일궈낸 사업체가 잿더미로 변한 충격도 모자라 주류 미디어는 흑인 폭동의 책임을 한인사회로 돌렸다. 이번 선거는 미 전국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 후보들이 출마하고 그만큼 풍성한 결실들을 만들어냈다. 정치력 없이는 이 땅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다는 자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반증일 것이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더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는 한인사회 정치력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젊고 파릇파릇한 한인 정치인이 대거 배출될 수 있도록 한인 사회는 기름진 토양의 역할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차기 콜로라도 선거에서도 패기 넘치는 한인 정치인이 배출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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