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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본 세상
2018년 12월 06일 (목) 06:47:54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장인어른께서 입원하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알아봤습니다. 2018년 11월 6일(화) 아침 일찍 덴버를 출발했습니다. 수요일 밤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갔습니다.
장인어른은 'O'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코에는 음식물을 주입하는 줄이, 입에는 산소가 들어가는 줄이, 어깨에는 각종 약물을 주사하는 줄이, 침대 옆에는 소변을 받아내는 줄과 주머니가 달려있었습니다.
며칠 후에는 목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입으로 들여보내던 산소를 목에 낸 구멍으로 산소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늑막에 물이 차서 양 옆구리에 관을 넣어 늑막에 찬 물을 빼내고 있습니다. 등의 욕창의 피고름을 관을 넣어 빼내고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스스로 숨을 쉬시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일 1~2시간 휠체어를 타십니다.

     처남과 아내가 24시간씩 교대로 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낮에 병원으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모두 7침대가 있습니다. 상태가 나아지면 일반 병실로 옮깁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고 합니다. 근무 전 1시간 먼저 와서 인수인계를 합니다. 퇴근 시에도 1시간 인수인계를 합니다. 즉 10시간을 근무하는 셈입니다. 간호사들의 업무는 중노동이었습니다. 침대마다 앞에 환자의 산소공급 상태와 맥박 상태를 보여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이상이 있으면 간호사가 달려옵니다. 급히 가래를 빼내야 하고, 대부분 신경외과 환자들이므로 대소변, 2시간마다 체위변경 등 힘이 많이 드는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싫은 기색이 없고 오히려 밝은 미소를 띠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얼굴이 예쁩니다. 산뜻한 디자인의 간호사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장기 입원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갑니다. 대부분 자녀들이 한참 열심히 일할 때이기 때문에 간병하기가 어렵습니다. 자녀들이 교대로 간병하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간병사’를 쓰기도 합니다. 간병사들은 24시간 근무합니다. 개인적으로 일하는 간병사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회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환자가 간병사를 지정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순번대로 간병사를 파견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24시간) 근무에 10만원이라고 합니다. 중환자실은 치료비용이 많이 나옵니다. 보험에서 80%를 담당해도 매일 20만 원 정도의 치료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간병사까지 쓰면 하루에 30만 원 가량이 듭니다. 치료될 가능성이 없어도 치료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하지 않아 환자가 죽게 되면 병원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퇴원을 시키지 않습니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환자를 살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합니다. 자녀도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치료가 되어 퇴원을 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요양병원’으로 옮깁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으면 요양병원으로 옮깁니다. 병원보다는 3분의 1가격이라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데 고생하며, 쓸데없는(?) 치료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의식이 있을 때 확실하게 유언(장)을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상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가족들이 상속 때문에 싸운다고 합니다. 심지어 우애가 좋다고 소문이 난 집안도 상속 문제로 싸운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유언장을 작성할 때 유산문제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필수적으로 기록해야 할 사항은 이름, 주소, 날짜, 구체적인 내용, 서명(날인), 증인 2명이 있어야 하며 꼭 봉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K씨의 아버지가 입원을 했습니다. K씨의 아버지는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며 지금 의식이 없습니다. K씨의 아버지는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의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갚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돈을 받으려면 ‘후견인’의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후견인이 되려면 형제들이 K씨가 후견인이라고 사인을 해주어야 합니다. K씨는 형제들의 우애가 좋아서 모두 사인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속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한 형제가 동의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억 원의 빚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억 원의 상속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K씨는 수억 원의 돈보다는 우애를 잃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후견인 건은 잊었다고 합니다.

     H사장은 큰 공단을 건설하다가 부도가 났습니다. H사장은 소송을 당할 것이 확실했습니다. H사장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용돈을 주기로 구두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용돈을 줄이다가 최근에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H사장은 아들을 상대로 증여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어제 옆 침대에 새로운 환자가 입원했습니다. 계속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병하러 온 부인도 조용히 있으라고 욕을 했습니다. 의식이 없어도 표정을 보면 지나온 과거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주일에는 병상에서 장인어른과 아내랑 예배를 드립니다. 작은 목소리로 찬송을 부릅니다. 예배 중 3곡의 찬송가를 부릅니다. 아내가 (대표)기도를 드립니다. 제가 성경을 읽고 설교를 합니다. 예배를 드릴 때 장인어른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시고 표정이 밝아지시기도 합니다. 축도를 하고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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