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지구촌, 아니 이 덴버까지 뜨겁게 달구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축제가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결승전만 남겨두고 있다. 잘 싸우고도 졌던 우루과이 전에서 운만 조금 받쳐줬더라면 대한민국 팀도 4강까지 바라 볼 수 있었던 대회여서 그런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16강까지 갔으니 그만하면 잘 싸웠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필자가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여러 가지 월드컵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 빠질 수 없는 저주나 징크스 같은 것도 많이 알게 됐다. 예를 들면 나이키 CF에 나온 모든 선수들의 팀은 8강 진출도 못하고 성적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나이키 저주’나, 퇴장 당한 선수가 있는 팀은 승리를 못한다는 징크스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응원전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필자는 사실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 다니면서 술만 먹으면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만 하던 선배의 영향 때문인지, 아님 필자가 여자이기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대회의 개막을 2주 앞두고 문화센터에서 응원전을 하자는 제의를 받고도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모임에서 한인 사회에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 몇몇 지역인사들이 배너 제작을 돕겠다, 문화센터 내 의자라도 정리해 주겠다면서 스폰서를 자청했다. 그래서 월드컵 응원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위성방송을 먼저 설치해야 했다.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방송 시스템을 설치하고 응원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 치른 경기가 많아서 별로 준비할 것은 없었다. 커피와 음료수, 간단한 스낵류 정도면 충분했다. 첫 날 경기에는 자비를 털어 준비를 했는데, 다음 경기부터는 한아름 마트, M 마트에서 아낌없는 후원을 해 주는 덕분에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지출을 줄여서도 좋았지만 한인 업체에서 응원전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더구나 태극기로 문화센터 내부를 도배하고 문화센터 복도에도 태극기를 걸어두니 마치 한국의 응원장을 방불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실 50여장이 넘는 큰 태극기를 일일이 벽에다 거는 것도 일이긴 했다. 그래도 불평 없이 도와준 이들이 있었기에 근사한 응원장이 탄생됐다. 행사 주최측들은 새벽 5시도 되기 전부터 일찍 나와 커피를 끓이고, 음료수를 내다 놓고, 의자도 정리하고 응원용 태극기를 나눠주었다. 우리의 노력이 기특했는데 문화센터를 찾은 사람들 또한‘수고한다’면서 되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문화센터를 개방하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이 청소였다. 한번 사용하고 나면 휴지는 휴지대로 널부러져 있고, 컵은 굴러 다니고, 먹다 남은 음료수 캔은 휴지통이 옆에 있어도 휴지통에 버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하면서 이런 걱정이 사라졌다. 질서 정연하게 앉아 TV를 시청하고,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자신이 버린 것도 아닌데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들도 봤다. 주변의 빈 박스를 이용해 아예 별도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벽 5시30분에 있었던 조별리그 예선전 두 번째 경기는 신문을 새벽 2시에 마감하고 다시 회사로 나온 포커스 팀들에게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이런 한인들의 도움으로 피곤을 잊을 수 있었다. 응원 매너는 과히 4강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도 빨간 색 티셔츠를 잊지 않고 입고 온 할아버지, 골을 넣을 때마다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던 아주머니, 대~한민국 박수를 따라 하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응원전의 열기는 가시지 않은 듯 하다.

칭찬, 응원의 힘은 고래도 춤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응원해준 한 마디가 누군가를 기운 나게 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응원의 효과는 밝혀져 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나 힘찬 박수를 듣게 되면 뇌에 전달되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도 빨라지고 힘도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응원에 힘입어 평소보다 좋은 실력을 뽐낼 수도 있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보다 힘 있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을 향한 응원은 끝났지만 우리 인생을 위한 응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도 살면서 누구를 춤추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리고 싶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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