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 70이 좀 넘으신 평소의 안면이 있는 분이 처음 한의원을 찾아오셨습니다. 요즘 어지럽고 눈도 뻑뻑하고 몸이 좀 안좋은데 진맥 좀 해달라고 하시기에 맥을 먼저 살펴봤더니, 보통 노인들은 기혈이 허하거나 혈압약 복용때문에 부허맥이 나타나는게 일반적인데 힘있는 홍맥, 즉 다른 에너지가 있구나 생각되서 요즘 건강보조제 새로 드시는 것이 있냐고 여쭈어 보니 딸이 사줘서 한 6개월째 홍삼을 드시고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혈압약도 드시는데 홍삼을 드시면 안된다고 했더니 인삼은 안돼도 홍삼은 괜찮다고 하던데라고 의아해 하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혈압약을 드시는 분이나 혈압약을 안 드시는 상태에서 수축기혈압이 130을 넘으면 인삼이든 홍삼이든 드실 수없습니다. 한국의 건강식품 중에서 판매 1위는 항상 홍삼인데 이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비도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같이 항상 씁쓸하고 안타까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인삼은 가공 형태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집니다. 밭에서 캔 수삼은 수분 함량이 70% 이상인 것을 이야기하며, 섭씨 95도 이상에서 증기로 찐 후 말려서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것을 홍삼,그냥 말린 것은 형태에 따라 곡삼, 직삼, 건삼 등으로 불립니다. 요즘은 2-3번찐 홍삼과 달리 9번 찐 흑삼이라는 것도 나온다는데 선전처럼 약성의 변화가 아니라 보관상의 이유입니다. 고려시대 때부터 홍삼을 만든 이유는 사실 중국이나 해외 교역에서 오랜기간 보관을 하기 위함이었으며 그냥 말리는 것보다는 쪄서 말리는 것이 좀이나 벌레가 잘생기는 것을 방지하여 장기간 보관이 유리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약재는 법제(열을 가하거나 쌀뜬물, 술로 약의 독성을 완화시키거나 특수한 성분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약재의 처리법)를 하면 그 성분이 많이 바뀌어 약을 만들 때 목적에따라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생지황은 원래 피 속의 열을 꺼주고 진액을 생성하는 작용이 있지만 피가 부족한 사람한테 쓸 때는 9번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여 숙지황을 만드는데 이러면 혈액성분이 많이 생겨서 보혈제로 그 약성이 바뀌며, 산사는 그냥 복용하면 어혈제로 사용되지만 볶아서 사용하면 고기 먹고 체했을 때 쓰는 소화제로 약성이 바뀌는 등의 전통적인 처리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천년의 한약처방책 어디에도 인삼을 안쓰고 홍삼을 쓴다는 기록은 없으며 그렇게 해서 용법이 바뀐다는 문구도 없습니다.
 
      현대의 많은 실험들도 인삼에 없는 몇 가지 성분들이 생기기는 하지만 인삼의 진노세이드나 홍삼의 진노세이드나 같으며, 유효성분 비교에서도 원래의 인삼이 홍삼보다 더 유효성분이 많은 것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인삼을 사지 홍삼은 사지 않습니다. 인삼 사서 찌면 홍삼이 되고 이때 나오는 까만 물에도 유효 성분이 많아서 복용하면 되는데 유효성분 많이 빠져나간 홍삼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제가 사상체질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던 홍석철박사님도 본인이 경희대에 있을 때 담배인삼공사에서 의뢰가 들어와 고혈압에 관한 홍삼과 인삼의 비교 연구에서 홍삼도 인삼과 같이 고혈압환자에게는 복용을 금한다는 리포트를 만들어 보냈는데 나중에 영업을 위해서 이 내용을 무시했다고 말씀하신적이 있습니다.
 
      우선 어떤 사람은 인삼을 먹으면 안되는가? 물론 인터넷에서 찾으면 감기 안 걸리게 면역력강화시키고 정력증가, 암예방, 당뇨개선, 피로회복, 숙취해소, 갱년기 증상완화에서부터 피부미용까지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인삼은 분류상 보양약 중의 뿌리 약제입니다. 뿌리라는 것은 주위의 수분과 양분을 빨아들여 잎과 줄기로 끌어 올려주는 기능이 있으며 섭취하면 인체에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을 나게 하고 따뜻한 기운을 주기 때문에 이미 몸이 항상 더워서 손발 따뜻하고 혈압이 높으신분들은 드시면 부작용이 날 가능성이 많으십니다.
 
      인삼이나 홍삼을 드셔야 되실 분들은 배가 차서 손발 항상 차고 몸도 춥고 소화 안되서 더부룩하고 기운도 없고 저혈압이나 혈압이 정상이신 분들이 드셔야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삼국시대때부터 만주와 한반도에서 자생한 것으로 문헌에 나오는 인삼은 초기 한약처방전인 상한론이나 신농본초경에서부터 등장하고 동의보감 처방중에 19%에 인삼이 들어가는 만큼 다양하게 사용되어 다른 약물과 같이 배합되어 몸이 뜨거운 사람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반하사심탕계열의 수많은 처방이 있지만 인삼(홍삼)을 하나만 사용할 때는 반드시 내몸의 상태가 인삼과 맞는지를  확인하고 사용하셔야 됩니다. 필자 역시 수련 욕심에 홍삼을 무리하게 복용하다가 피속까지 열이 차서 출혈증으로 한달을 죽을 정도로 고생하다가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도 강한 약재인 인삼은 부작용이 생겼을 때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을 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런데 가끔 몸 뜨겁고 혈압 높은데 인삼먹어도 별 불편한 거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경우는 인삼이 한국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하는 효과를 위해서 인삼은 반드시 생산지를 확인하고 드셔야 되는데 한국뿐아니라 위도 22도에서 48도의 선선한 기후에서 인삼은 자생하거나 재배되는데 재배지가 바뀌면 약성이 바뀝니다. 지금 미국 산삼으로 선전하는 미국의 화기삼, 전세계 인삼생산의 70% 이상인 중국의 전칠삼, 일본의 죽절삼 등 캐나다, 프랑스에서도 많이 재배하고 얼마 전에 보니 중국은 우주에서 2주간 머물다온 인삼씨앗으로 재배를 실험했다고도 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신이 내린 약초라 불릴만큼 효능이 좋은 인삼으로 상품을 많이 개발하다 보니 모두들 인삼씨를 가져다가 재배를 하는데 재배지가 바뀌면 약성은 달라집니다. 원래 인삼은 한반도와 만주지방이 원산지로 풍수와 연관이 깊은데 인삼을 키울 때는 원래 양기가 너무 강한 인삼의 특성상 햇빛을 보면 양기와 양기가 만나 타버리기때문에 그늘을 만들어서 키웁니다.
 
      땅이 양택이어야 그늘에서도 양기가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데 중국과 미국은 풍수적으로 음택에 속해 인삼을 재배하면 기운을 강하게 내는 양기의 작용은 커지지 못하고 그늘에서 자란 덕에 음적인 성격이 식물 전체를 지배해서 피나 진액을 보충하는 약물의 성격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한국은 대륙에서 쭉 튀어나온 반도의 지정학적인 성격상 양택에 속하며 특이하게 태평양의 해양성기후와 백두산일대 북쪽의 높은 산맥을 넘어온 대륙성 기후가 한반도상에서 어울어지는 복합적인 기후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성분상의 분석으로도 많은 차이를 보이는 한국 인삼은 특성에 앞서 산지를 살펴보면 결과가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산 인삼의 승열 현상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미국 인삼은 먹어도 한국 인삼은 안 먹는다는 인식을 3년간의 연구로 사실무근으로 밝혔다는 데 필자가 듣기에는 너무 기가 막히는 실험결과입니다. 주위의 많은 환자분들과 지인들을 통해서 한국 인삼은 혈압과 열이 올라 못 먹지만 마켓의 수삼(미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삼은 대부분 위스콘신주 등에서 생산하는 미국산으로 한국산은 건조된 형태로만 수입 가능)은 아무리 씹어 먹어도 괜찮더라고 하는 말을 수 없이 들어 왔었는데. 뭐 대부분 열이 많아 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다니는 미국 사람들한테 한국산 홍삼이나 인삼 팔려면 꼭 필요한 절차려니 생각하면  쓴 웃음을 짓게 됩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