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는 올해의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주 콜로라도 한인사회 뉴스를 정리하면서 나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을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냥 인터넷에서 가져다 쓰는 기사라면 교정을 볼 필요도 없고, 기사를 작성할 수고는 더더욱 없을 것이고, 일년치 기사를 일일이 찾아 정리할 필요도 없을 것인데, 매번 일이 많아질수록 괜시리 일을 만드는 것 같아 우리 기자나 편집자들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덕분에 연말마다 콜로라도 교민들에게는 한 해의 사건사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해 왔다고 믿고 싶다. 올해도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즐겁고,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고루 들어 있었다. 그 중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가장 칭찬받을 일은 한인회가 통합된 일이 아닌가 싶다.

     지난주 한인회가 드디어 통합을 발표했다. 한인회와 노인회의 갈등이 2001년 말부터 시작됐고, 2003년부터 소송이 시작되어 2006년 법원으로부터 한인회관 매각결정을 받았고, 곧바로 한인회가 두 개로 나눠져 현재까지 왔으니 덴버지역 한인회의 분열의 역사는15년이 족히 넘는다. 그야말로 갈등과 격동의 과도기였다. 소송으로 인해 한인사회는 내 편 네 편이 나뉘었고, 결국 또 하나의 한인회가 만들어졌지만 이 또한 내분으로 인해 그 역할을 이어가기 힘들어지면서, 한인회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까지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 초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에서 콜로라도 주 한인회로 옮겨간 이사진들이 합심하여 통합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인회 통합이라는 희망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주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이사회를 개최해 통합 합의문을 통과시켰다. 합의문은 통합한인회장은 조석산 콜로라도 연합한인회장으로 하고, 대신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다음날 통합추진위원회는 주간 포커스 신문사가 있는 가동빌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인회 통합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통합한인회장은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28대 회장으로서 2019년 1월 1일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필자는 2006년 한인회관 매각 관련 재판이 한창인 법정에서 조석산 회장을 처음 만났다. 그는 노인회측에 서서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루 종일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고자 하는 노인들을 라이드 해주는가 하면, 점심도 챙겨드리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자신의 팔에 기대게 해 집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면서 한인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어찌 보면 조 회장만큼 한인사회에 대한 애착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어느 때는 애착을 넘어 집착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 그 집착이, 그 무모함이 한인회의 통합을 이룬 원동력이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통합회장이 된 직후 조 회장은 필자에게 “포커스에 가장 많이 (펜으로) 두들겨 맞은 사람은 나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을 다한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건넸다. 사실이다. 그는 필자에게 참으로 욕을 많이 들어먹은 인사이다.

     노인회장이 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었다. 조 회장은 2013년 노인회장으로 취임하는가 했는데, 연령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회장이 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회장이 되려는 자와 되지 않게 하려는 자들간의 분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3년 후인 2016년에 드디어 노인회장에 취임을 했다. 이처럼 노인회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반대와 구설수에 휘말리며 포커스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년 후인 2017년 초 연합한인회의 이사회가 흔들리고, 최효진 회장의 임기 동안 함께 일해온 임원진과 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생겼다. 이때 최효진 회장을 돕겠다고 조석산  노인회장이 나섰고, 연합한인회는 노인회의 인사들로 채워져 조석산 회장이 선거관리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위원장이 직접 한인회장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필자는 아예“덴버 광역한인회(연합한인회의 최초 명칭)라는 한인회는 애초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며 가차없이 비평을 내놓았다.

      또, 당시 조석산 회장은 콜로라도주 한인 노인회장, 상공인회장, 호남향우회장, 인권연구소 대표 등 4개의 대표직을 가지고 있어 콜로라도 한인사회 사상 최다 현 회장직 보유자로 등극하게 되었다며 극도의 반감도 드러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덴버 광역한인회는 한인회관 매각 직후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한심한 작태에 반기를 들고 지난 2007년에 결성되었다. 그들은 썩어빠진 기존의 한인회보다 훨씬 더 귀감이 되고 한인회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것처럼 결의를 다졌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하면 다를 것이다”라는 자신감은 오만으로 바뀌었고, 큰소리치며 시작했던 덴버 광역한인회는 회장감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회장 후보가 없어 전전긍긍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선출된 조석산 연합한인회장은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그 부정적인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기에 또 한번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세월 속에서 조 회장과 필자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나 보다. 욕을 들어먹었다는 얘기는 그만큼 일도 많이 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포커스로부터 수없이 질타를 당했지만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면서 한인회와 노인회에 대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기에 통합회장으로 추대되었다. 물론 통합회장에 조석산 회장을 세우는 합의문에 반대한 이들도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조석산 씨가 회장이 되는 것이 싫어서였고, 둘째는 회칙을 준수하자는 회칙론이었다. 그런데 따져보면, 역대 회장들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비양심적인 사람도 회장이 되곤 했다. 또, 통합추진위원회는 특별회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회칙보다는 이사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지금까지 중대 결정은 이사회 안에서 결정해 놓고서 이제와서 회칙을 운운하며 통합회장을 반대하는 것도 모양빠지는 일이다. 과연 지금까지 한번의 부정부패 없이 한인회장을 선출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그랬더라면 한인회는 교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누구를 위한 회칙인지를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할 때다.

     통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긴 했지만 넘어야 할 일은 산재되어 있다. 조석산 회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노인회와 한인회를 오가며 때로는 진실된 봉사자로, 때로는 분쟁의 당사자로, 때로는 논란의 단체장으로서 항상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때문에 그만큼 뚝심을 가지고 한결같이 한인 사회에 관심을 드러낸 인물도 드물 것이다. 통합 한인회의 회장은 지금까지의 회장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그가 내건 첫 번째 공약은 적폐청산이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날의 과오를 과감하게 털어낸다는 것이 그의 우선 각오다. 그리고 10여 년의 공백을 2년 안에 채우겠다는 야심 찬 각오도 들린다. 11년만에 하나된 한인회는 조건 없이 환영해야 할 일이다. 이제부터 통합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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