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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2월의 달력을 넘기며
2018년 12월 27일 (목) 07:18:04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미국 부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는 과정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 보통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구들 선물을 하는 것만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연말이 되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들은 인파들로 북적거리게 된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선물을 고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 부자들이 좋아한다는 달라스의 ‘니만 마커스’ 백화점이 있다. 이 백화점에는 텍사스 부자들의 성탄절 쇼핑을 전문으로 도와주는‘크리스마스 키프트 스페셜리스트’(Christmas Gift Specialist)가 있다. 재벌 회장들이나 사장들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선물을 고르지 못한다. 더구나 그 많은 친구, 친척, 간부 직원들의 선물을 쇼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선물 전문가를 자기 사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미리 정해진 선물 대상자 명단을 주고 전체적인 예산 범위를 정해준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예산에 맞는 체크에 사인만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선물하는 사람들의 취미와 기호를 알고 있는 대로 하나 하나 설명을 해준다. 선물 전문가는 고객과의 인터뷰에서 얻은 자료를 기초로 그 선물 대상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수집한다. 그 후에 일일이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서 고객을 찾아간다. 고객에게서 OK 사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선물 쇼핑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직접 선물을 정하고 고르거나 전달하지는 못해도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자세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나를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재벌 회장이 주는 선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물질적 가치로만 선물을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와 닿는 것이 선물의 숨어 있는 가치라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그와는 다르게 정치인들이 성탄절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올 때가 있다. 그들 역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카드를 무더기로 인쇄를 해서 뿌리는 것은 무엇인가 가벼워 보인다. 카드가 아무리 고급스러워도 별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대기업 회장들처럼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 데도 카드를 인쇄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카드는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선물이나 카드의 본질은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참 감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들어 있어야 진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다.

     12월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달이다. 세월의 흐름이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 시즌이다. 12월은 각종 모임이나 파티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그 순간으로 끝나고 만다. 같이 만나서 웃고 먹고 즐기는 것이 오랜 여운으로 남지는 않는다. 일주일 두 세 번씩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해진다. 12월이 우리에게 짙은 감동을 주는 것은 따뜻한 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격려 한 마디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선물을 통해서 전달이 되든, 성탄 카드를 통해서 발견하게 되든 어느 때보다도 빛을 발하는 계절인 것이다. 오 헨리의 작품 중에 널리 알려진 ‘매기의 선물’이라는 단편이 있다. 요즘 쓰는 말로 표현하면 회사에서 구조 조정으로 해고를 당한 남편을 가진 아내의 크리스마스를 그린 내용이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이것 저것 갚고 나니까 “1달러 87센트밖에 안 남았다”는 것으로 첫 문장이 시작된다. 결국 돈 없는 아내는 머리를 잘라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마련한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보석 달린 머리 빗을 산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오 헨리가 언급하는 내용이 매우 교훈적이다. 무슨 선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에 마음이 담겨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12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이해인 시인의 ‘12월의 시’라는 기도시가 있다.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아무리 힘들게 살아왔어도 지나간 시간들은 다 소중한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정성과 사랑의 선물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도 했을 지 모른다. 그래서 오랜 시간 슬픔에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만이 나를 성장시켰던 것은 아니다. 비록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아픔과 슬픔이 더 나를 성장시키고 마음을 넓게 만들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거웠던 순간들도 있고,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래야 뒤죽박죽이었던 마음이 정리가 된다. 마음의 정리가 끝나면 정성스런 카드를 써서 감사의 마음을 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감동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카드나 선물이 올 때 더욱 크게 일어난다. 이제 한 장밖에 남아 있지 않은 달력을 떼어낼 때 묵은 감정과 아픔마저도 다 날려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12월은 우리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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