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고소왕'으로 불리는 한국의 강용석 변호사는 대단한 스펙의 소유자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으로 그야말로 수퍼 엘리트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력이 짱짱하다. 서울대 재학중이던 23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40살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스캔들 의혹으로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든 배우 김부선의 변호사로서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되었다. 수퍼 엘리트라고 불려왔던 그가 처음 논란이 되었던 것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이었다. 2010년 7월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낼 때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당에서 제명됐다.

     당시 그는 이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기사를 쓴 기자를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1년에는 개그맨 최효종씨가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한 발언을 문제삼아 그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죄로 고소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최씨가 해당방송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 여당 수뇌부와 친해져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된다고 말한 부분을 두고서다. 무소속 국회의원 시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2012년 2월 의원직을 사퇴하게 되었다.

      또, 그는 안철수, 박원순, 이준석 등 떠오르는 정치인들을 고소 고발하며 ‘고소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자신과 불륜설이 불거진 유명 블러거‘도도맘’의 김미나씨와 공모해 위조문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강 변호사는 이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김미나씨의 남편 조씨 명의로 된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송 취하서에 조씨의 도장을 몰래 찍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 되었다. 변호사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변호사는 형 집행이 끝난 뒤로부터 5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당시 그는 상대녀의 남편과 법률대리인, 그리고 당시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200여명을 모욕 혐의로 무더기 고소하기도 했다. 그는 고소 고발 집착남으로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이력을 가졌지만,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쓸데없는 트집을 잡는 그를 보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그의 이력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수 년전 필자는 한국에서 239명을 고소한 '고소의 제왕'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그는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방의 직업,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고소를 해온 ‘고소의 제왕’이었다. 서울지검은 자신이 가진 법 지식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고소를 일삼은 상습 고소꾼인 그를 무고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결과 그의 고소 대상에는 교사, 공인중개사, 경찰관, 검사, 심지어 판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아저씨는 한 유명 사립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딴 뒤, 기능직 공무원 등의 일을 잠시 했지만, 일정한 직업 없이 살아왔다. 대신 사소한 시빗거리만 생기면 상대방을 고소했다. 그는 딸의 교사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루 수업 소감을 적으며 딸의 학습 태도가 좋지 않다는 식의 글을 올리자, 해당 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동네 경찰서 형사들은 “직무를 유기했다”는 이유로 수십 건의 고소를 당했다. 자신의 고소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와, 자신이 고소한 사람에게 선처를 한 판사까지 고소했다. 고소와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수십건 벌여 고소당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기도 했다. 집을 구입하면서 집값 1억7800만원의 일부인 6000만원만 지급한 채 돈을 지급하지 않고 살다가 주인의 거센 항의를 받자 “주인이 거칠게 항의했다”며 6차례나 고소했다. 그래서 고소 취하를 대가로 매매가를 떨어뜨린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계속 고소를 일삼던 그는 바로 이 집주인 고소 사건 때문에 꼬리가 밟혔다. 이를 조사하던 북부지검은 그가 상습 고소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를 무고 혐의로 구속했다. 고소의 제왕은 진짜로 억울해서 고소를 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지만, 검찰은 법을 공부한 뒤 지식을 악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한인 사회에도 등장한다. 고소 사건이 얼마나 잦은지 한국에서 살았으면 간첩도 다 잡았을 판이다. 몇 년 전 한인사회의 한 인물에 대해 조사하다가 그 사람 또한 이곳 저곳 카운티 법원에 수많은 고소 고발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했었다. 툭하면 고소질하는 것이 한국의 그 ‘고소의 제왕’과 몹시 닮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떼돈을 벌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사람들의 생리는 ‘돈이 안되더라도 상대방을 괴롭히고 보자’ 는 데 있다. 고소당한 이들은 당당히 맞서고 싶지만 귀찮아서, 혹은 합법적인 신분이 아닌 탓에, 아니면 변호사비 걱정 때문에 피하거나 비굴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들 고발의 달인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것들도 신고 대상이 된다. 식당 뒤켠에 고추 널어놨다고 신고하고, 나물 몇 가지 뒷마당에서 말린다고 신고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편에 섰다는 이유로 협박편지를 보내고, 마음에 안 드는 식당은 무작정 신고해 버린다.

      고소 고발도 해봤던 사람들이 계속한다. 미국 법 조금 안다고 잘난 척 하면서 마음에 안 들면 고소하겠다고 들썩거리는 심보가 문제다. 돈 3백 달러만 있으면 고소를 시작할 수 있다며 뭐 대단한 정보라도 알고 있는 듯 협박을 해대는 꼴에 웃음이 나온다. 이런 소송 남발자들의 속셈은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는 법정 싸움을 하는 동안 상대방에게 심적, 물적 피해를 받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자기 꾀에 넘어갈 날이 꼭 올 것이기에 우린 흔들릴 필요가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야박하게 만들었는지 안타깝지만 자신들의 인성에도 문제가 있음은 틀림없다. 당연히 법정에서 싸워야 할 일도 있다. 당연히 고발해야 할 일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인들끼리 법원에서 싸우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그지 없다. 꺼리도 안되는 일로 고소를 시작했다면, 퍼붓는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가끔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추측과 억측, 비아냥이 난무하고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나는 마술의 도시가 된다. 아주 고상한 척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더니, 결국에는 남의 험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들키면 오리발이 전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정의로운 소식도 빨리 퍼질 수 있는 동네라는 강점이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주간 포커스 신문사를 상대로 한 소송들은 포커스 신문사의 승리로 정리되면서, 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언론사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한인사회에서 일정한 직업도 없이, 세금보고도 평생 제대로 안한 사람들이 고소질을 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고소를 하려면 일차적으로 돈이 필요한데, 자기 돈은 없으니 우선 남의 돈을 유용할 수 밖에 없다. 영어 좀 한다는, 변호사 친구 있다는, 잘 아는 검사 있다는 허세가 길어지면 그만한 댓가는 꼭 치러야 한다. 미국 법의 잣대뿐 아니라 한인사회의 지탄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저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고소 고발을 일삼는 당신의 미래는 절대 찬란하지 못할 것이다. 항상 의심 많은 가재 눈으로, 이리저리 노려보면서 따질 거리를 찾고 있다면 당신은 인간세상 가장 밑바닥에 붙어사는 거머리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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