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들은 2019년도에 미국의 미드사이즈(Mid-Size) 픽업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미리 미리 준비를 하여 신차 내놓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드사이즈 트럭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풀사이즈 픽업트럭보다는 작은 픽업트럭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형 SUV의 픽업트럭 형태로 상상하시면 적절합니다. 그동안 미국의 경기 부진으로 여러 제조사들이 미드사이즈 픽업의 생산과 판매를 포기했었습니다.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은 작은 크기 때문에 작업용 트럭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작고 가볍지만 풀사이즈 픽업에 비해 월등히 좋은 개스 마일리지를 보여 주지도 못한지라 딱히 장점이 없었습니다. 미국 운전자들의 픽업트럭 사랑은 유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쉐보레에서 생산하던 S10 픽업트럭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되었으며, 포드의 레인저나 닷지의 다코타 역시 2011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로 줄곧 이어지는 낮은 개솔린 가격은 차량 구매자들로 하여금 개스 마일리지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어 주었습니다. 건설 경기의 호조와 낮은 개솔린 가격이 제 몫을 단단히 하였기 때문에 2018년도 미국내 최다 판매 차종은 포드의 F시리즈 픽업이었으며 2위는 쉐보레의 실버라도 픽업트럭, 3위는 랩 픽업트럭이었습니다. 이렇게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장이 맹위를 떨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니 그 탄력으로 미드사이즈 픽업시장도 훌쩍 성장해 버린 것입니다. 토요타의 경우 작년도 승용차 판매는 12% 줄었는데 픽업트럭 판매는 8% 증가하였으며, 2018년도 미국내 미드사이즈 픽업은 총 52만4천대가 팔려 나감으로 한 해 동안 16%나 증가 되었습니다. 이 숫자는 53만7천대가 팔린 램 트럭에 뒤이어 4위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을 예견한 지프 브랜드는 글라디에이터라는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젼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글라디에이터는 지프 매니어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판매가 되기도 전에 문의와 예약이 빗발쳤다는 소문입니다. 또한 포드는 생산중단했던 레인저 트럭을 2019년 모델부터 부활시키고 닷지는 역시 단종되었던 다코타 픽업 트럭을 2020년에 부활 시키려 합니다. 니산은 꾸준히 생산을 해왔던 프론티어 픽업트럭을 내세우고 토요타는 타코마를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혼다 역시 2017년부터 리지라인이라는 픽업트럭의 생산과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심지어 단 한번도 픽업트럭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던 현대 자동차도 싼타 크루즈라는 픽업트럭의 미국 시장 판매를 결정하고 2020년 출시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이제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의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역사상 가장 많은 픽업트럭이 쏟아지고 있는 시기이므로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습니다.
 
       멜세디이즈 벤츠에서도 픽업트럭인 X 클래스를 미국 시장에 들여오려 합니다. 2017년 모델부터 이미 유럽에서 판매되던 X 클래스 픽업트럭은 까다롭고 부유한 고객층을 사로 잡을 것이라고 기대되기에 벤츠사는 판매 시기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드 사이즈 픽업트럭은 그 크기와 성능이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작업용 픽업트럭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4ft X 8ft 단위의 자재들을 표준으로 삼고 있는 건축업계의 특성상 조그만 적재함의 미드사이즈 픽업트럭들은 공사용 자재들의 적재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일하는 트럭이라기 보다는 레져용 트럭입니다. 어른들의 장난감인 셈이죠. 수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퇴행되어 사라지는 추세에 몰렸던 미드사이즈 픽업들이었는데, 최근 시장에서 자동차 회사들 간의 신차 출시와 판매 전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현재 미국 사회의 트랜드를 짐작하게 합니다.
 
      건강과 환경을 화두로 아웃도어 활동이 크게 관심 받고 있으며, 미국내 개솔린 가격은 충분히 낮고, 미국인들은 최근 어느 때보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도 타당하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객들로부터 경기가 나빠 소득은 줄어들고, 시간 여유는 없어지며, 생활이 점점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소득과 물가가 모두 적당하다는 주장은 간데 없고 부유한 사람들과 곤궁한 사람들의 양쪽 이야기만 들립니다. 런던에 위치한 칼 마르크스 묘의 비석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는 노동의 실효성과 신성함을 부르짖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뇌하며 20세기를 바꾼 사상가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잘 언급되지도 않으며 시대에 맞지 않는 이론가일 뿐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그의 이론은 더이상 국가 경제에 적용되지도 않고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오늘날은 세계 어느 곳이나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장 경제 사회이며 돈이 곧 힘이 되고 힘 있는 자가 죄의식 없이 갑질을 하는 세상입니다. 자동차 시장의 동향만으로 보면 분명 호황인데 올라가는 모기지 이자율에 가슴 내려 앉는 평범한 사람들의 탄식은 마르크스의 양극화 주장에 힘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보는 런던의 비석 훼손 사건은 커피 한잔의 카페인 만큼도 우리를 각성시키지 못하는 마르크스에 대한 실망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한 테러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이건 신분이건 가지지 못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이며, 충분히 누리고 가진 사람이라면 그 능력을 주위에 베푸는 넉넉함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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