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전설’ ‘패션계의 교황’으로 불린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86)의 타계로 막대한 유산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의 반려묘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슈페트가 상속받을 지분도 관심사다. 슈페트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17만명 팔로어를 거느린 수퍼스타 고양이다. 슈페트가 광고·화보집 등의 활약으로 번 돈만 300만 유로(약 3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라거펠트는 슈페트를 2011년 친분이 두터운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에게서 ‘뺏다시피’ 데려왔다고 했다. 그는 슈페트에게 보모 2명과 경호원 1명을 붙여주고 자신의 전용기에 태우고 다녔다. 파리의 유명 요리사에게 의뢰해 킹크랩과 캐비어 등이 혼합된 전용 사료를 먹였다. 식사할 땐 테이블에 함께 앉혔다. 라거펠트는 슈페트를 “인간과 똑같은 데다, 말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버만 고양이 품종으로 알려진 슈페트를 “내 세계의 중심”이라면서 “그의 우아함과 태도에서 늘 영감을 받는다”고 예찬했다.

      2013년 인터뷰에선 “할 수만 있다면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거펠트는 공식적으로 결혼하거나 가족을 가진 적이 없다. 라거펠트는 생전 자신의 사후 슈페트가 현재와 같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프랑스법에 따르면 고양이에게 유산을 남길 순 없다. 다만, 라거펠트는 독일 함부르크 출신. 독일법에 따라 유산이 슈페트의 이름으로 신탁에 맡겨질 수 있다.

      그의 유산은 2억 달러(약 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라거펠트는 1952년 프랑스 이주 뒤 54년 국제양모사무국이 주최한 콘테스트에서 코트 부문 1등을 수상하며 파리 패션계에 입문했다. 82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성해 ‘마담 샤넬’ 사후 이후 침체한 브랜드를 디자인 혁신으로 살려냈다. 이후 37년간 라거펠트는 전 세계 패션계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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