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vs."국가원수 모독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에 빗댄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하라" "대통령 모독"이라며 거칠게 항의해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짜 비핵화"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 발언이 작년 9월 26일 미 블룸버그통신 기사 제목인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만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계속하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하라"며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책상을 내리치며 "경청, 경청"이라고 대응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해, 사과해"를 연호하면서 연설이 30여분간 중단됐다.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석으로 뛰어 올라가 문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연설 직후 즉각 반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며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국가원수 모독죄'를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지도 않은 죄를 가지고 무엇을 얘기한다는 거냐"고 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미 30여년 전 삭제된 조항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국가 모독죄' 1988년 폐지
 '국가원수 모독죄'는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 '국가원수 모독죄'를 언급했지만 현행 형법에 그런 죄는 없다. 이 대표가 1975년 형법에 신설됐던 '국가 모독죄'와 혼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신 시절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화 이후 1988년 12월 폐지됐다. 현 여권은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모독' 논란이 벌어졌을 때 "유신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반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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