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승민 씨와 아들 강유진 군의 홈스쿨링 체험기

      미국에서는 5∼17세 어린이와 청소년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교육하는 홈스쿨링(Homeschooling)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부모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홈스쿨링을 고려해 보기는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부담감뿐 아니라 주류 사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녀가 받을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성공적으로 홈스쿨링을 마무리 하고 있는 어머니 이승민 씨와 아들 강유진 군의 홈스쿨링 체험담을 들어본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5학년 딱 1년 만 여행도 다니고 놀아 보라고 홈 스쿨링을 시작했어요.” 어머니 이승민(44세) 씨는 현재 아들 강유진 군을 10개월째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저희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뭔가 쳇바퀴 도는 것같이 느껴졌어요. 아이가 뭘 배우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학교에서 부모를 부를 때마다 가기는 하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고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라고 홈스쿨링을 결정했던 계기를 설명한다. 

       강유진 군의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학교 수업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머니 이승민씨는 대학에서는 파인 아트와 미디어 아트를, 대학원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덴버미술관 아시아 미술협회 이사이면서 본인의 스튜디오 SML k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4학년이던 어느 날 출장 길에 아들을 데려가 조수 역할을 맡겨 보았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워크샵을 열면서 아이에게 또래 아이들을 가르쳐 보라고 맡겼어요. 한글과 한지에 대한 워크샵이었는데 아들이 너무 잘 가르치는 걸 보면서 아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고,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는 게 더 매력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보여주는데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5학년 때는 ‘학교에서 아이를 빼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진 군은 “학교를 안 간다고 하니 웬지 모르게 좋고 신났는데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해서 섭섭했어요”라고 홈스쿨링을 시작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엄마 이승민씨는 ‘작가’라는 본인의 직업을 최대한 활용했다. 작가들을 초청해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작품활동에 몰입하게 도와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신청해 아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한달 반동안 지냈다. 여행으로 다른 나라를 체험하는 것과는 다른, 살면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홈스쿨링은 DPS(Denver Public School) 교육구에 가서 신청만 하면 된다. 규정도 하루에 세 시간 수업만 채우면 되는 것으로 간단하다.  또 신뢰할만한 교재들도 상당히 많다. 아이가  5학년에 해당되었지만 실력을 감안해서 6학년 레벨에 맞춘 교재를 선택했다. 엄마의 수준으로 가르칠 수 없는 산수와 작문은 개인 교습을 시켰다. 일주일에 두 번 화상통화를 통해서 산수 수업을 하고, 작문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음악은 30분씩 두번 개인 지도를 받았다. 아침에 엄마와 함께 운동을 하고, 엄마가 출근할 때 아이를 작업장에 데려 가서 자신의 과제를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박물관에 데리고 다니고,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과 한국학교를 다니면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유지했다.

       “엄마 입장에서 아침에 학교 데려다 주고, 다시 데려오느라 생겨나는 번잡한 스케쥴들이 없어져서 훨씬 여유있고 좋은 시간이었어요”라고 이승민 씨는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학습지 문제 풀이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과제를 챙겨주는 등의 구체적인 부분은 아빠가 채워주었다. 엄마와 아빠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서 아이를 돌본 것이다. 이승민 씨는 “홈스쿨링이 절대로 학교보다 더 많이 가르쳐준다거나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학교와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가르친다는 게 초점이예요”라면서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성격과 나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나이가 너무 어려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고, 중학교 이상만 되도 아이를 학교에서 빼내는 데 부담이 되기 때문에 5학년을 홈스쿨링으로 대체한 것이 탁월했다고 봅니다”라고 이승민씨는 말한다. 10개월째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강유진 군은 “부모님과 선생님들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으니까 궁금한 질문들을 다 물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제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더 깊이 배운 거 같아요.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인성도 키우면서 신나게 놀면서 배우자고 얘기했었는데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었어요”라고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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