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배급사 체제 판도 변화

       월트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영화를 포함한 세계 콘텐츠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오는 20일 부터 21세기폭스 인수 효력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월트디즈니가 713억 달러(82조원)라는 거액을 들여 21세기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와 TV 채널 등을 사들인 '메가톤급 딜'이 마침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 월트디즈니 품에 안기는 엑스맨, 아바타
      월트디즈니는 이미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픽사 등을 거느린 '콘텐츠 제왕'이다. 21세기폭스의 영화 부문인 20세기폭스를 품에 안음에 따라 박스오피스 절대강자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80여년 역사를 지닌 20세기폭스는 '사운드 오브 뮤직' '타이타닉' '아바타' 등 명작을 선보인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중 하나다. 디즈니 작품들은 지난해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액의 26%를 가져갔다. 폭스까지 합치면 북미 매출액 3분의 1 이상은 손쉽게 가져갈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한다. 극장플랫폼뿐만 아니라 넷플릭스가 장악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디즈니는 폭스 인수에 따라 미국 3위 OTT인 훌루의 지분 60%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 한국업계도 긴장…디즈니, 한국영화 제작할까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합칠 경우 CJ ENM,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뉴 4대 배급사 체제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연간 배급사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롯데컬처웍스(16.9%)에 이어 2위(14.3%)를 차지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천121만명), '앤트맨과 와스프'(545만명), '블랙 팬서'(540만명) 등 마블 영화 흥행에 힘입은 결과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8.2%로 6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쳐도 단숨에 20%를 뛰어넘으며 국내 1위로 올라선다. 한국영화도 좀 더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배급업계 관계자는 "두 배급사 작품이 기존 숫자를 유지할 경우 디즈니와 폭스 작품 간 일정을 조율하게 될 가능성이 커 한국영화가 들어갈 날짜는 더 적어지고 배급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회사는 올해 라인업도 쟁쟁하다. 월트디즈니는 올해도 10편의 막강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최근 누적 관객 400만명을 넘은 '캡틴 마블'을 비롯해 4월 말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 출격한다. '알라딘' '라이온 킹' '겨울왕국2'도 개봉 대기 중이다. 이 중 '어벤저스 4'와 12월에 개봉하는 '겨울왕국 2'는 전편에 이어 '1천만 예약 영화'로 불린다. 디즈니가 한국영화 제작에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디즈니는 그동안 한국영화를 직접 제작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런닝맨'을 시작으로 '슬로우비디오'(2014), '나의 절친 악당들'(2015), '곡성'(2016), '대립군'(2017년) 등을 직접 제작했다. 그러다 디즈니로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한국영화 제작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디즈니와 폭스의 라인업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디즈니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한국영화 제작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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