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덴버 중앙일보를 창간하게 되었다. 신문을 만드는 일은 지난 15년 동안 필자가 늘 해왔던 업무였지만,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덴버지사의 오픈을 결정하고 난 뒤 다가온 부담감은 또 다른 것이었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 일간지가 없어진 지 10년이 넘었다. 필자는 2006년 봄에 덴버 한국일보사를 퇴사하고 그해 가을에 주간 포커스를 창간했다. 당시 덴버 한인사회에는 9개의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듬해 연이어 한국일보사와 중앙일보사가 문을 닫았고 여러 주간지들도 폐간의 길을 걸었다. 이렇게 콜로라도 한인사회 내 언론사들도 여느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문을 열고, 닫았지만 필자는 그 경영주들이 결코 필자보다 경영 능력이 뒤졌기 때문에 폐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문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필자는 신문 밖에 할 수 없는 편협한 능력으로 인해 중앙일보 창간이라는 막중 업무를 또다시 떠안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10년 전 한인 언론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을 무렵, 덴버 주류사회에서 가장 파급력이 컸던 락키마운틴지까지도 문을 닫았다. 이러한 주위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자는 주간 포커스 신문사를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대표 언론사로 성장시켰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인구는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포함해 최대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중앙일보가 발행되고 있는 주 중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 콜로라도이다. 때문에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 모국의 굵직한 일간 신문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덴버지사를 오픈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주 중앙일보는 전 미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한인 사회 내에서 보다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미주 본사는 덴버가 지리적 요충지라는 특징을 인식하고 덴버지사 오픈을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되었다. 덴버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청와대, 국회, 경찰서, 시청, 구청 등 굵직한 기관들이 취재처였다. 그런데 이곳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사정이 달랐다. 성도가 20여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교회 집사 안수식에도 참석해 기사를 작성했는가 하면, 친지들 몇 명 모인 돌잔치나 어르신 칠순 잔치에도 참석해 보도했다. 때로는 대여섯 명 모여 친선으로 갖는 골프 라운딩도 기사화했다. 한국에서 보면 저렇게 자잘한 소재를 가지고 기사를 보도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민사회의 언론은 보도의 의무 이외에도 때로는 미국 사람들에게 억울하게 당한 사연을 하소연하는 곳으로, 때로는 자녀들 중매를 부탁하는 곳으로, 때로는 한인사회 내분을 중재하는 곳 등으로 역할을 해 왔다. 즉 이민사회 내 언론사는 때와 장소에 따라 그 규모와 방향을 바꿔가며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필자는 오래전 대학원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졸업논문으로 ‘뉴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신문의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했었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때도 인터넷 발달로 인해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종이 신문은 여전히 건재하다. 비록 그 역할의 폭이 점차 좁아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들도 있지만, 필자는 단언컨대 인쇄신문의 장점을 살려낸다면 종이 신문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신문을 휴대하고, 소파에 앉아 페이지를 넘겨보는, 가짜뉴스가 아닌 정기적으로 정돈된 뉴스를 기다리는 등 지난 수 백 년 동안 지녀왔던 독자들의 오래된 습관이 지면 신문이 건재한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지역사회 뉴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콜로라도 한인 신문은 가짜 뉴스나 혹은 지역과 상관없는 뉴스로 범벅된 인터넷 뉴스보다 더 매력적인 매체가 될 것임을 자신한다.  

       덴버 중앙일보를 통해 콜로라도 한인들의 소식이 전 미국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콜로라도 한인 사회의 이미지를 높이고, 위상을 격상시키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5년 동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기자로서, 혹은 발행인으로서 활동하면서 한인사회에 가장 친근하고 꾸준한 언론인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한인사회 내의 현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연륜도 쌓였다. 열린 마음으로, 감동 있는 언론으로, 항상 정확한 언론으로, 한발 앞서가는 중앙일보를 만들어 보겠다. 시행착오의 시간을 거치고 나면,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포사회 또한 한인사회를 위해서 중앙일보를 사기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대내외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공적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사실 일간지와 주간지를 함께 만드는 일은 생각만 해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주간포커스를 창간할 당시에도 막바지 열흘을 밤새워 일했던 기억이 있다.

      책상에는 커피컵과 과자봉지, 컵라면 그릇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열정으로 똘똘 뭉친 탓인지 그 시간도 금새 지나갔다. 신문은 나왔지만, 인쇄비가 없어서 늘 허덕거렸던 기억도 있다. 자동차 기름값이 없어서 처음 3년간은 '가득'을 한번도 넣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버틴 세월이 오늘까지이다. 그리고 지금 필자는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중앙일보 창간을 위해 지난주 일주일 밤을 꼬박 새웠다. 하지만 든든한 주간포커스 팀들이 받쳐주고 있어 그 옛날보다는 마음적으로 수월했다.  필자와 우리 팀들이 한동안 힘들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간지가 필요한 것도 분명한 일이다. 주간 포커스로 증명된 인재들의 활약과 경영 노하우가 덴버 중앙일보를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4월1일자 la 중앙일보 1면에는 콜로라도 덴버중앙일보 창간이라는 사고가 실렸다. 중앙일보의 미주 최강 네트워크를 통해 3만 한인사회의 구심적 역할이 기대된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와 주간 포커스가 추구하는 방향에는 다소 사이가 있다. 두 신문 모두 콜로라도 기사를 꼼꼼히 챙겨넣지만,  중앙일보는 특히 콜로라도에서 접할 수 없는 문화, 칼럼 등 다양한 고품격의 기사를 중심으로 배치할 생각이다. 물론, 사명감으로 무장된 주간 포커스의 역할도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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