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도로 출발, 비달사순 디플로마까지

     “전시회도 가고, 뮤지컬도 보러 다니고, 잡지책도 보고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야  활력소가 생기고 감각이 죽지 않아요!”  한달 전  구 한강식당 몰(하바나&쥬엘)에 새로 오픈한 지오(Gio) 미용실의 최인숙 원장이 25년 이상 헤어 디자이너로서  녹슬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는 비결을 설명한다. 그녀는“한국의 후배들에게도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자극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창조성을 키워내라고 조언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최 원장이 이런 노력을 하는 데에는 “미용이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한국의 이가자 미용실에서 3년 동안 고된 스탭 생활을 견뎌내며 헤어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쉬운 말로 ‘더럽고 치사한 시다바리’생활을 견뎌낸 것이다. 대학에서는 공예를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시작한 미용 일이어서 나이가 어린 헤어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일이 힘드니까 이 과정을 못견디는 사람들이 많아요. 3, 4년 정도 스탭 생활을 하는데 월급은 적고,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니 이런 시스템을 견디기가 힘들죠. 하루에 손님이 100명 정도가 오는데 그 손님들 샴푸를 하다 보면 지문이 흐려질 정도가 되요. 중화약 독 때문에 피부과도 다녀야 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죠”라면서 “하찮은 일이었지만 돌이켜 보니까 정말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손님들 샴푸를 하면서 모발 상태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염모, 강모, 발수성모 등등을 배우면서 머리를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죠. 이런 과정이 없으면 배울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들이예요”라고 최 원장은 말한다.

      혹독한 스탭 생활을 이겨내면서 바닥부터 차곡차곡 기본기를 배워 헤어 디자이너가 된 뒤에는 이가자 미용실 홍대점과 연신내점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내가 디자인한 머리를 하시고 손님들이 기뻐하실 때 느끼는 기쁨은 일반 사무직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보람이예요”라고 말한다. 최 원장은 이후 한국의 이가자 미용실 측으로부터 강사를 제안 받았다. 하지만 "강사보다는 기술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국의 비달사순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고, 세계적인 감각과 트렌드를 배우게 되었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를 거쳐 콜로라도에 정착한 후 헤어 디자이너로 5년 간 활동한 뒤 본격적으로‘지오 미용실’을 오픈하게 되었다. 최 원장은 "이전까지 부스를 빌려서 생활하다 보니 계속 안주하게 되는 면이 있었어요. 너무 익숙해지게 되니까 샵을 다시 해볼까 해서 시작을 했어요”라고 말한다. 미국 오기 전 운영하던 미용실 이름 그대로 ‘지오 미용실’을 쓰기로 했다.

     최 원장은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전 세계 모든 인종들 머리는 다 만져본 거 같아요. 영국에서는 당연히 유럽인과 인도 인들이 많았고, 뉴질랜드에서는 사모아 인들의 머리도 해보았고, 또 남미쪽, 아프리카 계 흑인들 머리까지 다 해 보았어요”라고 풍부한 경력을 소개했다. 하지만“한국인, 동양인들 머리는 달라요. 머리카락이 두껍고 뻣뻣한 데다 뒤통수가 납작한 편이라 살려야 하는 부분들이 달라요”라면서 “손님들이 미국인들이 하는 미용실에 가셨다가 머리를 망치게 되는 이유예요”라고 최 원장은 덧붙인다. “한가지 헤어 스타일이라고 해도 사람들마다 다르게 나온답니다. 똑같은 기술자가 똑같이 하더라도 사람마다 머리카락이 틀려서 같은 머리가 나오지 않아요”라고 설명한다.

      즉 ‘모발 진단’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고객의 직업이나 성격, 분위기 등을 파악해서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내고 연출한다. 그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끌어서 고객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찾아내 표현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삼박자를 잘 맞추어야 고객들이 만족하는 스타일을 완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제가 가진 창의성이 잘 표현되서 손님이 원하시던 것과 딱 맞아 떨어지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라고 말한다. 지오 미용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위치는 1930 S. Havana St. #9, Aurora, CO 80014이며, 문의는 303-942-0882 또는 720-325-656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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