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것은 '잠의 구조'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면 리듬은 여러 가지 이유로 무너질 수 있다. 계절 변화도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해가 빨리 뜰수록 잠에서 깨는 시간은 자연히 앞당겨진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 내분비선의 수면호르몬 생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여름밤의 더위도 수면 리듬을 무너뜨린다.

수면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뇌파에서 찾는다. 간밤에 잠을 잘 잤는지 못 잤는지의 수면 상태가 그대로 뇌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잠은 뇌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4단계 깊이로 나뉜다. 불면증 환자는 잠들기도 힘들지만 일단 잠들어도 뇌파가 불안하고 잠이 얕아 중간에 자주, 또는 너무 일찍 깨어난다. 뇌파가 점점 느려지면서 스르륵 잠에 빠져드는 때가 수면 1, 2단계인 얕은 잠이다. 제1 단계 수면은 일명 선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깊은 잠에 빠져드는 3, 4단계에 이른다. 델타(δ)파라는, 진폭이 큰 뇌파가 보이면 잠에 취했다 할 만큼 깊은 잠을 잔다는 증거이다. 뇌파는 1Hz에서 50Hz 이상의 넓은 주파수 영역을 가지고 있고, 그 분포는 뇌의 상태가 달라질 때마다 변한다. 피곤할 때 곯아떨어지는 것은 바로 3, 4단계이다. 이때의 잠을 델타파의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 부른다. 깊은 잠 단계에서 인체는 면역력과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른다.

만일 사람이 서파 수면 상태만 유지하다 깨어난다면 매일 아침이 피곤함 없이 활기차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수면 중에 깊은 잠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서파 수면 상태에 이르렀다 싶으면 잠은 거꾸로 1단계를 향해 변해가다, 깨어 있을 때와 같은 형태의 뇌파가 발생하는 렘수면 단계에 이르고, 다시 1단계에서 시작해 4단계로 빠져든다. 이 과정은 90분을 주기로 반복된다. 정상인의 경우 밤새 4~5회에 걸쳐 잠의 주기가 변동하는 셈이다. 각 주기에서 뇌파는 잠들기 시작할 때 4단계까지 이르다 아침에 이르면 1, 2단계에서 멈추기 때문에, 깊은 잠은 수면의 초기 그리고 선잠은 아침 무렵에 이루게 된다.

이것은 건강한 사람의 잠의 패턴이다. 하지만 계절 변화에 따른 것이든 불면증으로 인한 것이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은 이같은 전형적인 수면 단계의 흐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수면 상태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으면 불면증이 된다. 이때는 뇌파도 여러 가지가 마구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 숫자를 세기보다는 이미지를 떠올려라

또한 불면증 환자나 간밤에 잠을 잘 못 잔 사람의 뇌파를 보면, 빠른 뇌파인 베타파의 비율이 높고 잠과 연관된 느린 뇌파인 세타파나 서파의 비율이 낮다. 이런 뇌파의 영향으로 자려고 해도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 경우 일종의 '뇌파 훈련'을 시켜 서파나 세타파의 비율을 높게 함으로써 쉽게 잠들게 하기도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어떤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특정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 수면을 방해하는 베타파는 줄어드는 대신 수면을 유도하는 세타파나 깊이 잠드는 서파의 비율이 높아진다. 또, 이미지에 집중하면 꼬리를 물고 나타나 잠을 방해하는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전환 효과'도 생겨난다. 이를테면 우리는 잠이 오지 않을 때 보통 100에서 1까지 거꾸로 숫자를 센다거나 양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몇 마리인지 세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수면 유도에 효과가 없다. 머릿속으로 양의 수를 계산하다 보면 오히려 뇌를 인위적으로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때문에 그보다는 바닷가로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 물방울이 호수에 떨어져 동심원이 그려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효과가 있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수면방추와 K복합체 그리고 서파의 뇌파 덕분이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해내고, 그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해결한다. 그렇기에 다음 날 전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공부한들 잠을 안 자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잠자는 동안 뇌가 훨씬 고도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 충고를 해본다. "공부 또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여, 밤샘하지 말고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를 떠올려서라도 푹 자고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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