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변덕따라 신념도 표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급 자리를 보전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조선일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2년간 장관급 고위 인사 24명 중 국방·법무·국무장관과 비서실장 등 15명이 경질되거나 갈등 끝에 사퇴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도 모두 한두 차례씩은 교체설이 돌았다. 이 모든 것에서 예외적인 인물이 있다. 베시 디보스(61)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교체설조차 나오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 트럼프 내각에서 디보스가 '최후의 생존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보스는 어떤 자질을 갖추었을까.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교육 전문성이나 공직 경험이 없는 그는 2017년 인사 청문회 당시 황당한 동문서답으로 여당 의원들마저 반대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던져 찬성 51, 반대 50으로 통과됐다.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다단계 유통회사 암웨이 창업주의 며느리이며, 친동생은 용병회사 블랙워터 회장이다. 디보스는 철저한 '예스맨'이자, 복지부동의 전형이다. 지난 2년간 한 일은 전임 오바마 정부의 교육 정책을 집행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올해 첫 정책을 내놨는데, 교육기관에 대한 개인·기업 기부에 연 50억달러의 세액 공제를 주는 것으로 교육 정책이라기보단 트럼프 감세 정책의 일환이다.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신념도 표변한다. 디보스는 지난달 트럼프 지시에 따라 지적장애인 대상 '스페셜올림픽' 예산 1800만달러 삭감안을 발표한 뒤 사흘간 의회와 전쟁을 벌였다. 여론 역풍을 감지한 대통령이 예산 삭감을 번복하자 그는 즉시 "사실 난 스페셜올림픽 옹호론자"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사생활에선 구설이 나오지 않게 몸조심을 잘한다고 한다. 억만장자답게 전용 비행기를 타며 호화 생활을 하지만 사비로 충당하며, 장관 월급은 전액 기부한다. 올 초 골반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도 3개월간 휠체어를 탄 채 온갖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했다.

       트럼프는 말 안 듣는 참모만큼이나 여론 이미지가 나쁜 이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중에게 '가장 무식한 장관'으로 꼽히는 디보스가 장수하는 비결은 "트럼프가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는 덕"이라고 한다. 디보스는 공화당의 큰손 기부자이면서,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나 백인 극우단체 KKK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트럼프가 쉽사리 내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맹목적인 충성심, 사퇴 여론에 개의치 않는 뻔뻔함, 대통령 지지층과의 확실한 끈, 그리고 '트럼프의 무관심'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리 보전하는 가장 확실한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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