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어렵다" 총선 위기의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은 ‘변화’였다. 과반을 훌쩍 넘는 의원이 ‘원팀’(김태년) 대신 ‘듀얼톤’(이인영)이라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줬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3선의 이인영(54·서울 구로갑) 의원이 선출됐다. 이인영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총투표수 125표(3명 불참) 중 76표를 얻어 김태년(49표) 후보를 27표 차로 제쳤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표 차였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 ‘변화와 통합’을 앞세웠다. 선거운동 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라고 해서 머리부터 바꿨다”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염색한 점을 강조했다. 변화의 이유는 내년 총선의 승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이 하나로 통합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통합’을 강조한 것은 ‘친문 당권파’에 대한 견제의 의미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분석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이해찬 대표와 가깝고 정책위의장 출신인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을 경우 당의 이미지가 친문에 쏠릴 수 있다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의 얼굴은 ‘모노톤’이 아닌 ‘듀얼톤’이어야 한다”며 ‘원팀’을 강조한 김태년 후보를 견제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중진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주류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에 대해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 출신 인사 40여 명이 공천을 받기 위해 대거 몰려온다는 얘기가 당내에 파다하다. 청와대 출신 친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정책 모임인 ‘더좋은 미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친문 주류에서 분화한 ‘부엉이 모임’(40여 명 규모) 등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조직력이 1차(125표 중 54표), 결선(76표) 투표 모두 여유있게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3선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라며 “당내 계파 지형의 변화, 임기 3년 차를 맞는 청와대와의 관계 등도 숙제로 주어졌다”고 말했다.

     86그룹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이 원내대표의 이력은 그가 강조한 ‘변화와 통합’의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원내대표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으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골’로 꼽힌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때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케이스로 정치권에 첫발을 들였고, 이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으나 19, 20대 총선에선 내리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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