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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인가?
2019년 05월 16일 (목) 06:05:15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경기도 여주에서 지냈다. 시내 바로 옆으로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서 철마다 강가에서 보낸 추억들이 많다. 여름이며 거의 매일 친구들과 미역을 감기도 하고 떡밥을 만들어 어항에 붙이고 고기를 잡기도 했다. 물속에 들어가 얼마나 오래 있나 시합을 하기도 했다. 겨울이면 강은 모두 얼음판으로 바뀌었다. 썰매를 타느라 하루 종일 강에서 지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서 엉덩방아를 수없이 찧었던 적도 있다. 강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작은 쪽배를 타는 것이었다. 당시 배에는 모터가 없었다. 대부분은 손으로 노를 젓는 배였다. 어떤 배에는 노도 없고 긴 막대기를 강바닥에 넣어 힘껏 밀면서 가야만 했다.

       한 번은 친구 아버지를 졸라 노 젓는 배를 타게 되었다. 그 배는 양손으로 두 개의 노를 저는 것이 아니라 배 뒤편에 하나의 노만 달려있는 배였다. 그런데도 친구 아버지가 노를 저을 때는 얼마나 시원스럽게 배가 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배가 강 한가운데 도달했을 때 나는 노를 저어서 배를 운전하고 싶어졌다.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도 한 번 노를 저어보겠다고 야단이었다. 그때 친구 아버지는 노를 우리에게 맡기기 전에 먼저 노 젓는 교육을 시키셨다. “노 젓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란다. 내 말을 명심하고 그대로 따하지 않으면 배는 앞으로 가지 않는단다. 먼저 열심히 손을 놀려서 노를 저어라. 또한 배를 바르게 가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네가 가고 싶은 방향을 똑바로 보고 노를 저어라.”

     노련한 뱃사공의 교육이 끝난 후에 우리는 한 사람씩 노 앞에 앉았다. 정말 아저씨가 말한 그대로였다. 아저씨가 할 때는 그렇게 쉽게 보이던 노 젓는 자체도 힘이 들어 몇 분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난감한 것은 배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열심히 노를 젓기는 했지만 배는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뱃머리가 옆으로 방향을 틀 때마다 방향을 바로 맞추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노를 힘있게 저었다. 그러면 뱃머리는 또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배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만 돌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뭐라고 했느냐? 배를 바르게 몰 생각을 하지 말고 가고 싶은 목표 지점을 똑바로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주 쉬워 보였다.

       하지만 그 쉬운 것이 막상 노를 저을 때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장 배가 똑바로 가지 않는데 저 멀리 있는 목표 지점을 바라보란 말인가? 일단 배가 똑바로 가도록 한 다음 가야 할 곳을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 생각이 아무리 옳은 것 같아도 배가 제자리만 도는 한 고집을 계속 부릴 수는 없었다. 돌고만 있는 배에서 눈을 떼서 우리가 가야 할 목표 지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노를 저었다.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배가 조금 흔들리더니 똑바로 가기 시작했다. 목표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은 언제나 흔들릴 수 있다. 갑작스런 어려움이 다가올 수도 있다. 열심히 한눈팔지 않고 살았는데도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때마다 삶의 방향을 똑바로 잡아 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실망하고 좌절한다. 오늘 흔들리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인생의 목표를 다시 쳐다보는 것이다. 가까운 것보다는 보다 먼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뱃머리만 보아서는 안 된다. 하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잘못 가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정확하게 가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서 태평양을 향해 발진한 한 공군 조종사에게 통제관이 물었다. “자네 지금 어딘가?”  조종사가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고 속도로 날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날고 있었지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오늘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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