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중심에 놓였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IT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 68곳은 앞으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정보통신(IT) 기업 중에서는 구글이 가장 먼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 관련 기술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은 화웨이에 서버 칩을, 퀄컴은 스마트폰 모뎀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자일링스는 통신망용 프로그래밍 칩을, 브로드컴은 통신망용 기계의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제공해 왔다. 이처럼 미국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화웨이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화웨이가 미국의 타켓이 되었을까. 중국 정부와의 강한 유착을 의심받으면서 부터이다. 화웨이의 기업명은 '중국을 위한다' 라는 뜻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인민군 장교 출신이다. 그는 대학 졸업후 바로 입대해 주로 통신 분야에서 근무했는데 대규모 군축이 이뤄진 1984년 군복을 벗고 통신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해, 1987년 화웨이를 설립했다. 화웨이는 설립된 지 갓 30년을 넘겼을 뿐인데 어느덧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로 거듭났다. 초기에는 기지국이나 라우터 등과 관련된 이동통신설비들을 주로 생산하였으나 지금은 스마트폰 뿐아니라 중고급형 태블릿 기기들도 출시하면서 중국 뿐 아니라 유럽, 북미 및 아시아까지도 확장하는 등 중국 최대 규모의 통신 기업으로 우뚝섰다. 2018년 기준으로 화웨이는 전세계 통신 장비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불투명한 기업구조와 중국 인민군과의 관련 등으로 실제 소유주가 중국 정부라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보안 위협 논란 도 이래서 불거졌다. 또, 화웨이가 주력하고 있는 5G는 통신 기반 기술과 설비를 총괄하는 사업영역이다. 중국이 해당 시장을 선점할 경우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는 차세대 기술 표준인 5G 통신 기술에 있어 중국 기업의 부상을 전면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인도양에 있는 유명 신혼여행지인 모리셔스에는 섬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 곳을 찾고 있다. 모리셔스 통신망에 장비를 제공해 왔던 화웨이가 모리셔스 치안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실무를 맡았다. 화웨이는 오는 7월까지 섬 전체에 안면인식 카메라 4000대를 설치 예정이다. 모리셔스 야당에선 이 시스템이 정치인 사찰용으로 악용될 게 분명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안전한 섬을 만들자는 명분 앞에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화웨이는 이런 시스템을 '일운일호(一雲一湖)'라고 부른다. 모리셔스 길거리에서 수집한 이미지, 영상, 소리 등을 하나의 구름 즉 클라우드와 하나의 호수에 모아 관리한다는 말이다.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작명법이 많이 닮았다. 일대일로는 자국의 경제 영토를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확대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통합의 주도권을 확보해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프로젝트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땅 모리셔스에도 중국 차관이 깔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바로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 전문가들은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국가가 인공지능 시대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중국은 화웨이의 5G 통신 기술을 사용해 사물인터넷이나 자율주행차 관련 기록도 수집할 것이다. 정보 격차가 벌어지면 자국민 정보를 중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중국의 기술을 받아 연명하는 국가들이 생겨날 수 있다.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목하면서, 화웨이 장비가 설치된 외국 통신 시스템은 안보 위협에 노출될 수 있으며, 중국 측에서 악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전시(戰時)에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발표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몇 번의 해킹을 당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화웨이의 개입이 의심스러웠다.  실제로 화웨이가 인정한 부분도 있다. 화웨이는 2003년 네트워크 및 보안 시스템 회사인 시스코(Cisco Systems. Inc.)와 경쟁기업 노텔(Nortel)을 해킹해 영업기밀을 빼 돌리고, 기술을 복제한 혐의를 시인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화웨이를 벼르고 있었다. 그래도 화웨이는 미국 기업들의 거래 중단 결정 이후 일본 언론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플랜B’를 준비해왔다며, 미국 기업의 도움 없이도 자신있다며 큰소리쳤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약 6개월에서 1년치의 핵심 부품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와 앱 스토어 업데이트 및 신규 지원이 중단되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기화될 경우는 결국 부품 수급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게도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나마 사용자들의 논란이 일자 미국 측은 조건부로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90일 유효한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 그러나 새 제품 제조를 위한 화웨이의 미국산 부품 구매는 여전히 제한된다. 화웨이는 그간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이라는 양 날개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비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발 파상공격에 한쪽 날개인 스마트폰 사업이 꺾일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의 집중 포화가 계속된다면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 장비 사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최근 동맹국들에 고율 자동차 관세 위협을 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결정을 전격적으로 6개월 연기했다. 캐나다·멕시코산 철강 등에 부과한 고율 관세도 철폐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전선을 중국으로 집중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나흘 연속 전국에 방영하며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는 등 항전의 나팔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미중 무역분쟁을 보면 문득 ‘치킨게임’이 생각이 난다. 두 사람이 충돌을 불사하고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게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1955년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에도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다. 둘  중 하나가 차의 핸들을 꺾지 않으면, 결국 충돌해 둘 다 죽는다. 이 경우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chicken)이 된다. 즉 겁쟁이란 뜻이다. 이 게임의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나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현실은 양측 모두가 파국에 근접해야 어느 한 쪽이 백기를 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누가 먼저 핸들을 꺾을 것인지 궁금해지는 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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