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기능은 뒷전 … 역대 최악 식물국회

      여야가 3일 국회 정상화 합의안 마련에 진통을 겪으면서 6월 임시국회 개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전날 원내대표 간 협상 결렬 이후 이날도 물밑 접촉을 통해 절충점 모색에 나섰지만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오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이후 극단적 대치 속에 입법부 본연의 기능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지면서 이번 20대 국회가 19대보다 더한 '최악의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여야는 이날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지우는 '네 탓 공방'으로 대립을 이어갔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과도한 요구는 국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합의안 문구로 요구하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합의처리'가 패스트트랙 무효화를 뜻하는 것이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잠시 집어넣어 둔 6월 임시국회 단독소집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이번 주 까지만 기다리겠다'며 한국당을 코너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지난 4월 말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은 물론이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합의처리'를 못 박아야 국회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일단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양당이 각자 양보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국회 장기 파행 사태는) 해소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 한국당을 빼고라도 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법안 처리보다는 막말 공방,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고소·고발전에 치중하면서 일하는 국회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법안 제출 건수는 2만101건(3일 현재)으로 법안 처리율은 28.9%에 불과하다. 1만4천12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 처리율(32.9%)에도 못 미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 결집 효과를 노린 여야 의원 간 막말 경쟁도 가열되면서 윤리특위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은 38건에 이르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극심한 충돌을 빚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여야 간 고발전도 난무했다. 국회 사무처도 한국당의 의안과 점거 사건과 관련해 의원과 당직자 등을 고발하며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형사 고발조치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하루빨리 6월 국회를 열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민생 법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일은 뒷전이고 정쟁만 몰두하는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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