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1985년 2월 6일 이른 아침에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에 몸을 싣고 선교지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로 향했습니다. 12시간을 비행한 후에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있는 다아란(Dhahran) 공항 활주로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을 했는데, 비행기 문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싸고 돌았습니다. 사람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열사의 나라, 사막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습니다. 사막의 나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원래 숲이 우거진 낙원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에 있는 사카라(Sakala)사막 한 가운데에서 발견되고 있는 통나무 화석들이 이를 증명해 줍니다. 그렇게 기름지던 땅이 언제 사막이 되었는지 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창6-7장). 노아의 홍수는, 산은 오르고 골짜기는 내려가는 엄청난 지층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시104:8). 그래서 아라비아의 울창하던 숲은, 그곳에 존재하던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지하에 매몰되었고, 태양의 강한 자외선을 차단해 주던 하늘의 수층이 사라지면서 중동의 태양은 아라비아 반도를 사막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태양은, 식량과 물이 넉넉지 않은 사막에서 생존해야 하는 베두인들에게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슬람 이전의 베두인들은 모래 폭풍이 부는 어두운 밤을 작은 텐트에서 지새우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경배를 했을 것입니다. 태양을 신으로 섬긴 사람들은 아라비아의 베두인만은 아닙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부르말리아(Brumalia)로 불리는 태양신을 섬겼고, 페르시아에서는 미트라(Mithra)의 이름을 가진 태양신을 숭배했습니다. 이집트와 같이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도 태양신을 섬겼는데, 그들은 왕권이 태양숭배와 결합되어 있다고 믿었으며, 파라오를 태양신 라(Ra)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파라오가 거대한 무덤(피라미드)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시신을 안장한 것은 태양의 불멸성과 같이 부활한다는 믿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이러한 태양신 숭배는 일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식은 주기적으로 해와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있을 때에 달이 해를 가리므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인데, 그 옛날 천문학에 지식이 없던 사람들이 개기 일식을 보면서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그들은 태양신이 노하여 세상에 재앙을 내리는 징조로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인들이 신으로 섬겼던 태양은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에 불과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이며, 태양계의 중심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양이 내보내는 빛과 열 그리고 바람은 행성의 대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지구상에 생명을 탄생시키며 보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태양이 현재의 위치에서 조금만 더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다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타 죽고 말 것이며, 조금만 뒤로 물러간다면 지구 전체가 냉동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구를 적당한 거리에 달아 놓으시고(욥26:7),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공전하도록 섭리하시므로 지구에 꼭 필요한 빛을 선인과 악인에게 골고루 비치게 하십니다(마5:45). 성경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로운 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말4:2). ‘의로운 해’란, 태양이 태양계의 중심이듯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우주와 인류 역사의 주인이시며, 그분에게만 어둠이 없고, 모든 생명의 근원이심을 선언한 것입니다(요1:4).

      빛이신 예수님은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이 세상에 오셔서 창조의 질서를 세우시고, 회복의 은혜를 베푸셔서 영적인 생명이 발아하고 자라게 하십니다. 율법이 복음으로 완성되고, 죄인이 의인이 되며, 어둠의 자식이 빛의 자녀로 거듭나는 축복을 주십니다(엡5:8). 생명이 있는 피조물이 빛으로 보존되고, 성장해서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생명이 없는 것들이 햇빛을 받을수록 마르고 굳어지는 것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을 얻은 자는 더 풍성하게 얻고, 생명이 없는 자는 메마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의로운 해’이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5:14). 이 빛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입니다. 물리적인 빛이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양심의 빛, 사랑의 빛, 의로움의 빛, 진리의 빛입니다(엡5:8-9). 이 빛을 항아리 안에 숨겨 두어서는 안 됩니다. 기드온의 삼백 용사가 항아리를 깨트리고 횃불을 높이 들 때에 위대한 승리를 경험했듯이(삿7:20-25), 생명의 빛을 덮고 있는 지식의 항아리, 재물의 항아리, 명예의 항아리 등, 옛 사람의 항아리를 깨뜨려야 합니다. 그때에 사랑과 진리의 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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