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대북 쌀 지원

     정부가 북한의 식량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정부는 WFP와 수송 경로, 일정 등에 대한 세부 협의를 마무리한 뒤 쌀 지원에 필요한 남북협력기금 지출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심의·의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부는 대북지원용 쌀 조달에 약 1천2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태국산 쌀 가격(국제시세)를 기준으로 한 금액 270억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고, 국내산 쌀 가격과의 차액 1천억 원은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국제기구의 행정비에도 추가 비용이 다소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은 해로로 북한에 전달된다. 남한 내 항구에서 쌀을 WFP에 인계하면 선적 후부터는 WFP가 대북 운송을 책임진다. 정부는 이번 지원의 진행상황과 북한의 식량사정 등을 고려하면서 추가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 등을 계속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이라는 긴급조사 결과를 지난달 3일 발표하자 본격적으로 대북 식량지원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 7일 한미 정상의 전화 통화에서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이달 초 국제기구의 북한 취약계층 지원사업에 현금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재의결하는 동시에,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직접지원 등 별도의 식량지원 방식을 검토해 왔다.

      정부는 1995년과 2002∼2007년, 2010년 북한에 국내산 쌀을 제공했지만 모두 차관 또는 무상 지원 방식으로 직접 지원했다. 마지막 지원은 2010년 북한 수해 긴급구호를 위해 쌀 5천t을 무상 지원한 것이다. WFP를 통해서는 중국산 옥수수, 밀가루, 분유 등을 지원하거나 현금을 공여하는 방식이 과거 사용됐다. 정부는 이번에 지원하는 식량의 전용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대에 '대한민국'을 명기한다. WFP가 북한 내에서 상주하며 구축한 분배·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된다. 남북관계 소강상태에서 이번 지원에 대해 남북이 직접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은 작지만, WFP와 북한 사이의 기초적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WFP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의 쌀 지원 결정에 감사를 표하고 "접근성과 모니터링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련한 뒤 분배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