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그린(23·호주)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85만 달러)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치고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먼저 경기를 끝낸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성현(26)이 1타 차로 따라붙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마지막 18번 홀(파4) 1.5m 파 퍼트를 넣었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14위인 그린은 2006년 여자 골프 세계 랭킹이 도입된 이후 최초의 ‘100위 밖 메이저 우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회 현장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관계자는 “2013년 이후로는 100위 이하의 선수가 메이저에서 우승한 기록이 없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는 확인해봐야 하지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낮은 랭킹으로 우승한 대표적인 선수는 2014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모 마틴(미국)의 당시 96위,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의 95위 정도가 있었다.

       어느 우승이나 다 운이 따라야 하지만 이번 대회 그린의 우승에는 많은 운이 따랐다는 평이다. 1라운드 7번 홀(파5) 벙커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의 버디’가 됐고, 2라운드 12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졌지만 50m 정도에서 친 네 번째 샷이 또 홀 안에 들어가며 극적으로 파를 지켰다. 1라운드 그린 적중률 50%(9/18)에 그쳤지만 그린을 놓친 9개 홀에서 모두 파 이상의 성적을 내며 보기 없는 라운드를 했다. 3라운드에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은 42.9%(6/14)에 그쳤으나 그린 적중률 94.4%(17/18)를 기록했다. 페어웨이를 여러 번 놓치고도 공을 어떻게든 그린 위로 보낸 셈이다. 3라운드 15번 홀까지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3타를 앞서다가 이후 쭈타누깐의 버디와 자신의 18번 홀 보기로 1타 차로 좁혀졌고, 4라운드에서도 박성현에게 1타 차로 쫓기는 위기를 맞았으나 결국 그린은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 퀸’의 자리에 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는 미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1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했고 자국에서 열린 호주오픈에서 2017년 7위, 지난해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호주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6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카리 웹 이후 올해 그린이 13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웹은 호주 주니어 선수들을 해마다 2명씩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린은 4년 전에 ‘웹 장학금’을 받았던 선수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메이저 대회에서만 7승을 따낸 웹도 이날 대회장을 찾아 그린의 우승을 직접 축하했다. 그린의 남자 친구 역시 호주 투어에서 활약하는 골프 선수 제리드 펜튼으로 이날 우승 현장에 함께 했다.이날 그린이 받은 상금 57만7천5백 달러는 이전까지 벌었던 상금 36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그린은 또 1998년 박세리, 2011년 쩡야니(대만) 이후 이 대회 사상 세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피언이 됐고, 호주 선수로도 얀 스티븐스, 웹에 이어 세 번째로 ‘메이저 퀸’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날 그린의 우승으로 여자 골프 메이저는 2017년 이 대회 대니엘 강(미국)부터 이번 대회까지 11개 대회에서 각각 다른 11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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