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랑을 담아 버무려낸 별식 ‘잡채’

      손안에 펼쳐진 쌈위에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싱싱한 맛과 멋을 담아 먹는 것이 쌈밥이다. 푸성귀에 밥과 양념장을 얹어 싸먹는 음식으로 물건을 쌀 때 가방을 이용하지 않고 넓은 천으로 둘둘 싸서 가지고 다니는 독특한 보자기 문화를 가진 우리는 음식 중에도 유독 쌈을 좋아한다. 채소와 산나물 , 해조류 등을 가리지 않고 손바닥 위에 넓게 펼칠 수 있는 것이면 무슨 재료든 쉽게 싸서 먹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소박한 기원을 담은 복쌈>
     ▶원나라에 궁녀로 간 고려의 여인들은 궁중의 뜰에 상추를 심어 밥을 싸 먹으며 실향의 슬픔을 달랬는데, 이를 먹어본 몽골 사람들에까지 인기가 높았다는 고사가 있듯 쌈밥은 예로부터 뿌리내린 우리의 독특한 음식문화다.
      ▶조선말에 이르면 쌈은 다시 기복의 상징성이 부여되어 계절음식으로 정착되고 있다 .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대보름날 나물 잎에 밥을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
      ▶쌈이란 무엇을 싼다는 뜻이 있으므로, 복을 싸서 먹었으면 하는 소박한 기원이 담긴 대보름의 계절음식이라  할 수 있다.

<생으로 먹고 데쳐서도 먹는 쌈>
      ▶가장 많이 먹는 쌈 재료는 쌈 채소다. 상추, 깻잎, 쑥갓, 배추, 케일 등이 대부분 이다. 생으로 먹기에 뻣뻣한 양배추나 아욱 같은 채소는 살짝 데치거나 쪄서 먹고,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역시 인기 있는 쌈 재료다.
       ▶쌈은 제철에 나는 각종 채소를 생으로 먹기 때문에 조리하는 동안 생기는 영양분의 손실이 없고, 비타민 A와 비타민 C,  철분,  칼슘 등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좋은 성분들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다 .
      ▶가장 흔하게 먹는 쌈 재료인 상추 속에는 탁투칼리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불면증과 황달, 빈혈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뇨작용이 좋지 않아 몸이 붓고, 뼈마디가 쑤시고 혈액이 탁해졌을 때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서 유일하게 예의나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는 음식이 바로 쌈밥이다.

<화려함의 극치 궁중쌈밥>
     ▶궁중의 임금님도 쌈밥을 드셨다. 임금님의 쌈밥에는 속 재료들을 다양하게 차렸는데, 쇠고기를 곱게 채 썰어 볶은 장똑똑이, 병어를 고추장 국물에 조린 병어감정, 보리새우볶음 등을 곁들이고 간 고기와 참기름, 잣 등을 넣어 볶은 약고추장도 곁들였다.    

<잔칫날 빠지지 않는 잡채>
     ▶잡채의‘잡(雜)’은 ‘섞다, 모으다, 많다’는 뜻이고,‘채(菜)’는 채소를 뜻하여 여러 채소를 섞은 음식이란 뜻이다. 채소, 버섯, 고기 등을 볶아서 삶은 당면과 함께 무친 음식이다.
     ▶숙채의 하나이며, 맛이 좋아 생일잔치 , 결혼 피로연, 환갑잔치등의 잔칫날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예전부터 화려하면서도 품격이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불고기, 갈비, 비빔밥과 함께 외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했다.
     ▶잡채는 17 세기 조선시대의 광해군 재위 시절, 궁중연회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해군이 총애하던 이충이라는 사람이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궁중에 바치곤 했다는데, 만들어오는 음식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임금이 식사 때마다 이충의 집에서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곤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임금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음식이 바로 잡채다.
     ▶당면이 들어간 요즘 형태의 잡채는 1919 년 황해도 사리원에 당면공장이 처음 생기면서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930년 이후 부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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