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터쉐프>
    ‘매스터쉐프’라는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최고의 요리사를 찾는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리의 기본기부터 재료에 대한 이해, 맛에 대한 감각, 순발력, 창조적인 아이디어, 기구의 적절한 활용 등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쉐프를 찾아내는 방송입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함께한 딸들과 공통적인 생각은 좋은 재료가 반드시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경연이 진행되면서 매 경연에서 일등을 한 사람은 다음 경연을 위해  재료를 가장 좋은 것이거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재료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나머지 경쟁자들에게는 일등을 한 사람이 마음대로 재료를 나누어 주게 됩니다. 당연히 일등을 한 사람은 나머지 경쟁자들에게는 하기 어렵거나 안 좋은 재료를 골라 나누어 주면서 경쟁에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경쟁을 보다 보면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는데 가장 좋은 재료를 선택한 사람이 이기는 확률이 가장 낮고 오히려 최악의 재료를 받은 사람 중에 최고의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최고의 재료는 분명 최고의 요리를 위한 가장 첫 번째 시작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요리를 배우기 위해 애썼던 많은 훈련과 경험은 최고의 요리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능력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재료와 개인의 능력이 자만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쉽게 보곤 합니다. 매스터쉐프에서 뽑혀진 최고의 요리사는 최고의 재료가 아닌 최악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자신 안에 새겨진 재능과 열정과 자신만의 독특한 영감을 사용할 줄 아는 이가 선택되는 것을 봅니다.

      저는 이 방송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인생을 금수저 물고 태어나 좋은 재료로부터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썩 좋은 재료로 시작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자만이라는 독약의 유혹을 덜 받을 수 있는 장점과 함께 그 덕분에 우리 안에 있는 더 많은 잠재력과 새로운 감각들을 일깨워 누구도 할 수 없는 나만의 삶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멋과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 내 자신입니다. 재료가 한 달란트이든 다섯달란트이든 그것으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주어진 재료로 나만의 손맛과 양념으로 만들어낸 나만의 향을 지닌 요리입니다. 하나님이 기대하는 인생의 매스터쉐프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요?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
           시인 나태주 님의“풀꽃”이라는 시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난 30년 동안 서울 종로1가 교보빌딩 건물에 걸려 이 시를 읽는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었던 시입니다. 이 시를 지은 나태주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이 사물을 관찰하고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눈에 보이는 사물의 깊은 곳까지 조심스럽게 그리고 더 천천히 오랫동안 바라보면 그 안에 참 놀라운 아름다움과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가르치다가 이 시를 쓰게 되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시인은 그가 만난 어린아이들속에 있는 소중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참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찾기를 힘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결국 그가 찾은 가장 이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아이들이라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를 분주히 다니며 먹고 살기에 바쁘고 잃어버린 자아의 고통과 메마름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이 시를 한번 읽고는‘너도 자세히 보니 이쁘고 사랑스럽구나’라는 메시지를 들으며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래전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에서 사역을 할 때 쓰레기매립지에서 고물을 주어 사는 교인을 심방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이룬 계곡 사이를 걸어가며 흥미롭게 온갖 쓰레기들이 만들어 놓은 별천지를 구경하며 가는데 문득 그 가운데 제 눈길을 멈추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쓰레기 더미에 누군가 버린 호박씨가 싹을 내고 거기서 자라 호박꽃 하나를 피운 것이었습니다.

       심방을 가다가 한참을 그 꽃 앞에 서서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그리고 자세히 꽃을 보고 주변을 보고 어디서부터 왔을까, 왜 여기서 피었을까, 진짜 꽃 이후에 호박이 열릴까, 그런데 이 꽃을 보면서 제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이 더럽고 냄새나고 삭막한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호박꽃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풀꽃’이라는 시를 읽고 나니 문득 이 호박꽃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누군가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나를 봐주면 내 안에 이쁘고 아름다운 것이 있음을 내게 알려줄 텐데... 동시에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바라봐줄 수 있다면 그 사람 안에 이쁘고 아름다운 것이 있음을 얘기해 줄 수 있을 텐데... 시 하나가 주는 가르침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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