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11시경에 술에 취해서 길에 쓰러져 있는 중년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함께 있던 미국인이 911에 전화를 하자 곧바로 앰뷸런스(Ambulance)가 와서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을 할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술을 마셨다가 술에 정복을 당하게 되었고 큰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정확하게 모른 채 무모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scal)은 기독교의 변증서로 알려진 그의 저서 ‘팡세’(1670)에서 인간을 중간자로 정의했습니다. 그의 지론에 의하면 첫째, 인간은 공간적으로 중간자입니다.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무에 가까울 만큼 인간은 작은 존재이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비하면 태산에 가까울 만큼 큰 존재입니다. 둘째, 시간에 있어서 중간자입니다. 과거와 미래에는 길고 긴 영원한 시간이 있는데 인간은 현재라는 중간 시점에서 살고 있습니다. 셋째, 존재에 있어서 중간자입니다. 천사이기 보다는 짐승에 가깝고, 짐승이기 보다는 천사에 가까운 이중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넷째, 능력에 있어서도 중간자입니다. 인간은 지구가 돌아가는 엄청난 소리를 듣지 못하며, 미세한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께서 인간을 중간자로 지으신 것은 보이는 현상으로 인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실존과 능력을 바르게 인식하므로 높은 가치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신 사랑입니다. 중간자로 지음 받은 인간은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한 진리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 하나님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했습니다(잠9:10). 그러나 유한한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분은 영으로 존재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원하신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 하나가 자연계시입니다. 저는 이른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때마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느끼곤 합니다. 수 천년 동안 자신을 태워 우주 공간을 밝게 비치며, 쉼 없이 지구에 생명을 공급해 주는 그 신비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서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 빛 아래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이 무언중에 그 분의 사랑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저는 5월 초에 봄 동산을 거닐면서 수많은 꽃들을 보았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모양과 색채를 자랑하며 소슬한 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 꽃들이 저마다 자신의 영광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ll men are like grass, and all their glory is like the flowers of the field”(벧전1:24-25). 다른 하나는 특별계시입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특별 계시자로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분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죄인같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지으신 창조주이시며, 부유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셨고, 그분이 가난해 지심으로 우리가 부유하게 되었습니다(고후8:9). 그 분이 지신 십자가와 부활의 역사성이 이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둘째,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입니다. 헬라의 철인 소크라테스는 당시 희랍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그는 자신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사실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사명을 자각하게 되고, 그 사명을 이루며 삶의 보람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무슨 보람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대개 사람들은 사업에 성공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양육하며, 사회봉사에 참여할 때에 삶의 보람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삶의 보람이란 스스로도 만족한 것이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사회적인 평가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회와 역사 앞에 어떤 공헌을 하였는가를 평가받고, 긍정적인 합의가 이루어 질 때에 그것이 진정한 삶의 보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자존감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신의 소생입니다(창1:28). 우리는 하나밖에 없고, 한 번밖에 없는 육신의 생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은 유일하고, 우리의 생애는 일회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술 취한 사람과 같이 인생을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됩니다. 환상 속에서 천사와 같이 살아도 안 되고, 비 이성적인 짐승의 삶을 살아도 안 됩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로서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실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생명을 존귀하게 여길 때에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형편에 처해 있든지 하나님을 알고,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며,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결과에 자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빌4:11). 자족은 감사의 마음을 낳고, 감사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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