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 가장 이상적인 관료상을 ‘청백리’라고 불렀다.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에게 의정부에서 내렸던 칭호다. 관리로서 청백리의 호칭을 받는 것은 대단히 큰 영예로 간주되었다. 이 칭호를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1대가 청백리가 되는 것이 3대가 영의정을 역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후손들에게도 청백리 조상의 은덕으로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이 특전을 사용해서 관직에 오른 후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영광된 조상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과거 시험에 합격한 뒤 정정당당하게 관직에 나갔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청백리’는 그 시대의 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분야의 최고 명예를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주간 포커스 신문사가 벌써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신문사 내적으로도 수많은 고비들이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 돌이켜보면 대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포커스 신문사를 창간했을 당시 덴버에는 9개의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신문사가 없어졌다. 그렇게 치열했던 경쟁에서 살아남은 탓에 필자는 여러 가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다.

      창간 때부터 기획, 취재, 편집, 광고수주, 배달까지 도맡아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신문제작과 관련한 다방면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어 그 세월의 깊이가 남다르게 와 닿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에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지나고나니 이 때의 시간은 웬만한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자신감을 만들어준 귀한 시간이 되었다. 또, 포커스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당사자들은 포커스의 몰락을 기대했겠지만, 우리가 가진 긍정의 힘은 포커스의 위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지난 10년간 여러 명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악의적으로 포커스를 고소했는데, 결국 그들은 재판에서 기각 혹은 자진포기 그리고 완패를 당했다. 오히려 법원은 포커스의 기사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지역 언론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며 공정한 보도를 했음을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오히려 필자에게 난세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은인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설령 포커스를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포커스가 아닌 다른 신문사를 찾아가면 된다. 그렇게 되면 타 신문사의 수입을 늘려주게 되니 더불어 잘 살 수 있어 좋고, 기사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면 다시한번 보도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포커스에도 좋다.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들이 일어났다.

      변호사비로 많은 돈이 지출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보험사가 나서 주었고, 많은 발행부수로 인해 인쇄비 지출이 걱정이었지만 오히려 광고주의 호응이 높아 전체적 수익은 더 높아졌으며, 이러한 좋은 기운은 덩달아 개인사업도 번창시켰다. 살펴보면, 주간 포커스가 동포사회를 위해 한 일도 적지 않다. 콜로라도 언론역사상 최초로 동포를 대상으로 ‘신문기사 내용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해 ‘독자와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이미지로 발전시켰고, ‘광고 바르게 읽기 캠페인’을 통해 광고주의 광고효과를 높였다. 포커스 문화센터를 오픈하면서 영사업무, 건강검진, 동창회, 세미나 등 동네의 각종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으며, 요리교실, 한지공예, 노래교실, 라인댄스 등 다양한 문화강습의 기회와 장소도 제공했다. 또,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을 설립해 어린이 동요대회와 청소년 문화축제를 매년 번갈아 개최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해부터는 한인 테니스 대회까지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문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콜로라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콜로라도 언론사 최초로 전자신문을 발행했으며, 라디오 방송도 개국했었다.

       최다부수와 알찬 부록을 자랑하는 콜로라도 한인 업소록도 10년째 제작하고 있으며, 카카오톡 전자신문 발송과 페이스북 업데이트 서비스도 매주 착실히 해오고 있다. 그리고 직접 발로 뛰는 취재기사와 각종 기획기사로 절반 이상이 콜로라도 관련 소식으로 자체 제작되면서, 지금은 콜로라도 한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한인 언론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덴버 중앙일보의 창간도 주간 포커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간 포커스가 동포사회에 기여한 분야는 한인 동포들의 고민상담이었다. 공사를 맡긴 업체가 돈을 받고 공사를 해주지 않는다면서 하소연을 하러 온 할아버지를 위해, 필자가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공사비 절반을 받아 준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발각되었는데, 영어를 못 해서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지 못하겠다며 울면서 전화 온 한 어머니에게 무료로 통역사를 연결해주었고,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게도 주선해주었다. 그의 아들은 다행히 지난해에 덴버대학에 무사히 입학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또, 죽기 전에 아들의 결혼이 소원인 할아버지는, 필자를 직접 만난 적이 없었지만, 고민 끝에 전화를 걸어 아들의 중매를 부탁하기도 하셨다.

      그 외에도 남편의 내연녀를 만나 달라고 부탁하는 아내, 요즘 가장 핫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고민하는 창업준비자,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힘들어하는 불법체류자 등 이 모든 사람들이 포커스를 믿고, 포커스의 문을 두드렸다. 이처럼 포커스가 독자들과 광고주들의 무한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과정의 전문인력, 올곧은 기사를 지향하는 경영철학이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함’이다. 눈속임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포커스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도 인쇄비를 줄이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인쇄부수와 비용은 독자와 광고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이었다.  지면도 꾸준히 늘려왔다. 80페이지로 시작된 포커스 신문은 지금은 136페이지가 발행되고 있다. 필자의 칼럼 또한 오늘로 624회를 맞은 것을 보면 ‘꾸준함’이 포커스를 대변하는 말인 건 확실하다. 언론은 일반 사업체와는 차별된다. 여론을 조성하며, 사회로의 환원, 공익차원에서의 봉사 또한 언론의 몫이다. 이를 모나지 않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위하고, 사회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꼭 필요한 곳이 바로 신문사이다. 앞으로도 주간 포커스는 동포사회의 작은 일에도 귀 기울일 것이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되,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질타하는 정론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더불어 기사 한 줄 한 줄이 동포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창간 13년을 맞아 더욱 정진하겠다. 그리하여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언론사(言論史)에 청백리가 되기 위해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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