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국은 자동차의 생산과 소비 모두 통틀어 독보적인 세계 1위 국가였습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처음으로 무대에서 문워크를 선보이던 그 시절, 일본차는 값싼 소형차 이미지였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수명이 짧고 가벼운 깡통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죠. 유가 급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동차 연비가 가정 경제에 미치는 그 큰 영향력을 인식한 젊은 세대들은 일본산 자동차에 반감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이미지는 가볍고 싼 차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산 자동차에 비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 때문에 일본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생명의 안전과 생활의 안정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저렴하면서도 불량률이 적은 특징은 체면보다 실리를 따지는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 인상을 주었습니다. 주행거리 누적에 따른 고장률도 미국차보다 현저히 낮으며 사용상의 유지비도 저렴한 일본차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도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가족에게 유리하도록 과거를 정리하고 성공한 현실로 복귀한 주인공 마티는 감탄과 만족이 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토요타 픽업트럭을 쓰다듬습니다.
 
     당시 틴에이저들이 가지고 싶었던 차가 오프로드 패키지로 개조한 토요타 픽업트럭이었던 것입니다. 80년대 후반, 상승한 엔화의 가치와 일본 메이커들의 자존심은 경제거품을 타고 부풀어 미국 시장에 럭셔리급의 고가 차량을 투입하게 됩니다. 한국이 올림픽을 치르던 해, 렉서스, 인피니티, 아큐라 같은 고급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선을 보였습니다. 렉서스 등은 독일차와 미국차가 양분하던 고급 브랜드 시장을 잠식하며 싸구려 일본차라는 이미지를 깼습니다. 90년대 이후 일본산 고급차들의 안정된 품질과 고객의 필요에 맞춘 편의사양은 중산층 소비자들을 매료시켜 확고부동하며 충성도 높은 일본 브랜드 고객층을 형성하였습니다. 급발진 사고와 제어 불가능한 이상가속으로 논란이 된 토요타 자동차는 그 엄청난 위기를 맞았어도 건재합니다.
미국산 픽업트럭을 제외하면 최고의 베스트셀러 차량은 토요타 차량입니다. 혼다는 전세계를 경악과 불안에 이르게한 타카타 에어백의 문제점이 처음 보고된 브랜드입니다. 주저하며 쉬쉬하는 가운데 수십명이 에어백 작동 이상으로 숨지고 천만대 이상의 차량에 대한 리콜 수리가 아직도 진행중인 대사건의 발화점이었습니다. 혼다는 또한 도난을 많이 당하는 차량으로도 유명합니다. 많이 훔쳐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뜻입니다. Goodcarbadcar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판매데이터를 인용하여 올해 초부터 8월까지의 수입 브랜드의 판매 순위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위: 토요타 161만대, 2위: 혼다 109만대, 3위: 니산 103만대, 4위: 현대, 기아 89만대, 5위: 스바루 47만대
스시가 대중화되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성인이 되었어도 일본이 좋아서 일본차 사는 미국인은 없습니다.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고 돈에는 이념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일본이 좋아서 일본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아니고 손해를 덜 보고자 일본차를 삽니다. 일본 브랜드의 차량들은 초기 불량률이 적고 내구성이 높아서 주행거리 누적에 따른 고장이 적으며 고장이 발생한다 하여도 그 수리비가 비교적 저렴합니다. 초기 불량률이 적은 이유는 철저한 품질관리 때문입니다. 자동차 공업의 특성상 수많은 다양한 수준의 업체들이 생산한 부품들을 하나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불량률은 올라갑니다. 그럼에도 철저한 품질관리와 생산혁신을 통해 지속적 개선을 이루었으며 여기에는 경쟁사 보다 월등한 노력이 그 기저에 존재합니다. 고장이 적고 수리비가 저렴한 이유는 부품의 내구성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작은 부품이라도 전문성을 형성하고 정성을 기울여 그 분야의 최고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의 외골수적인 특성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지요.
 
     잘못된 역사 해석과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부당하며 비난 받아야 마땅합니다. 저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본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스스로를 패전의 희생자인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왜곡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역사관이나 태도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트렌드를 읽어 내는 바른 행위를 충실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차량은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차가 고장 나면 그날 출근이 어렵습니다. 차가 안 움직이면 애들 학교를 제시간에 못 데려다줍니다. 고장난 차의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식비를 줄여야 하는 처량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일본이 좋아서 일본차를 사는 한국사람은 없습니만 다른 브랜드의 차를 탄다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 브랜드의 차를 산다고 할인을 해 주거나 워런티 기간을 길게 늘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장이 적고 유지비가 적게 들고 리세일 밸류가 좋은 일본차를 타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그래서 미국교포들에게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브랜드의 차를 타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동차가 미국 생활에 미치는 복잡 미묘한 상관 관계를 감안하면 일본차를 타는 것을 비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편함과 또 물질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애국심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뜻을 두고 한국 브랜드의 차를 타는 분들은 존경받고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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