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급, 건강보험 가입 연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국에 체류하려는 이민자가 건강보험에 가입하거나 의료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어야 비자를 발급하겠다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포고문을 통해 비자를 신청하는 이민자는 미국 입국 30일 이내에 건강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반드시 밝히도록 했다고 AP통신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이 보도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민자의 경우에는 자비로 의료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도록 했다.

     내달 3일부터 적용될 이번 규정에 따른 비자 발급 요건을 충족하려면 이민자들은 소속된 일터에서 건강보험을 보장받거나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제도)나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등의 혜택을 받는 이민자들은 이번 규정에 따른 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망명자 및 망명 신청자나 단기 여행비자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백악관은 이를 "미국 시민의 건강보험 혜택을 수호하려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이민자들이 의료기관에 주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미국 시민이 지불하는 의료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미국행 이민을 줄이려 각종 조처를 단행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에도 소득 기준을 맞추지 못하거나 공공 지원을 받는 신청자의 경우 비자 발급을 불허할 수 있도록 해 메디케이드 등의 복지 지원을 받는 생활보장 대상자의 경우 영주권을 받기 어렵게 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두 가지 이슈인 이민과 건강보험 문제와 모두 맞물려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인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대다수는 인도적 차원에서 불법체류 이민자에게도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처로 보험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이민자들의 합법적 이민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 래리 레빗 부회장은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려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데, 이들은 오바마케어가 아니면 의료비용을 부담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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