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힘든 육아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았냐고요? 물론 그렇게만 보면 힘들고 절망적일 거예요. 하지만 삶이란 좋은 날도, 안 좋은 날도 있는 것이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영화가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어드렸으면 하네요”

       영화 속에서 정유미(김지영)는 넋을 놓고 뭔가를 응시할 때가 많다. 저녁노을을 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빨래하다가 주저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1남 2녀 중 차녀인 김지영은 198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여느 평범한 여성과 같고, 힘들게 사회에 진출했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힘겨운 육아로 결국 다시는 사회로 돌아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주부랑 닮았다.

      정유미는“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았어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소설은 나중에 찾아서 읽어봤어요. 영화보다 더 촘촘하고 세밀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고 말했다. 정유미는 김지영을 연기하면서 여러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중에서도 외할머니(예수정)로 빙의된 지영이 친정엄마(김미경)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인상 깊다. 그는“연기를 하면서 엄마, 할머니, 고모, 그리고 육아하는 친구들까지 생각났어요. 그래서 평소엔 명절 때 고향인 부산에 가보지도 못하는데 지난 추석엔 가족들이 역귀성해서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개인적으론 소설보다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희망적인 게 좋아요. 소설은 소설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영화는 영화로서 할 일이 있겠죠. 조금은 희망적이고 부드럽게 다가가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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