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플로리다서 2020 재선 출정식 가졌다. 그날 그는 폭염과 소나기를 뚫고 운집한 약 2만 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지키겠다” 고 외쳤고, 참가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4년 전 맨해튼에서 2백여명의 취재진을 앞에 두고 출마를 선언하던 부동산 재벌이 아닌 세계 최강대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말이다. 그러나 그의 기조연설은 아쉽게도 언론을 비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뒤 곧바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2016년 대선은 미국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라면서 “저기 가짜 뉴스가 있다”며 무대 앞 취재진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오늘 행사에 12만 명이 참석을 신청했지만 자리가 몇 개라도 비었으면 가짜 뉴스들은 ‘행사장을 채우지 못했다’라는 기사를 쓸 것”이라며 언론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증오하는 언론은 CNN이다. 이는 전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트럼프는 CNN을 향해 티나게 싫은 내색을 해왔다. 취임 직후 연 백악관 기자회견 때 CNN의 짐 어코스타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을 신청하자, 트럼프는 “귀하가 속한 기관은 가짜 뉴스다”라며 거부해버렸다. 그러나 그의 진짜 공격 대상은 평기자들이 아니라 CNN 사장인 제프 저커다. 그는 또다른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저커 사장을 지목하면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폄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트럼프는 CNN을 “분노와 증오의 뉴스 기관”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특정 언론을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놓고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CNN은 이러한 온갖 핍박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트럼트 대통령은 CNN과 저커를 왜 저렇게까지 미워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커에 대한 배신감이다. 즉 개인적 감정에서 기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트럼프와 저커는 2000년대 초부터 인연을 맺어온 절친한 사이였다. 당시 인기리에 방송된 NBC 리얼리티 쇼 <The Apprentice> 사회자로 트럼프를 발탁한 당사자가 바로 저커였다. 트럼프는 이 쇼에 출연하면서 2억1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2012년에는 트럼프가 테드 터너 CNN 회장에게 저커를 차기 사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후 “내 추천으로 저커가 CNN 사장 자리에 앉은 것”이라며 떠들고 다녔다. 하지만 터너 회장은 트럼프가 추천하기 몇 달 전부터 저커를 사장 후보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절친이어었던 관계는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나오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저커는 대선 후보였을 때는 물론이고 취임 후에도 트럼트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계속했다. 이에 트럼프는 저커와의 오랜 우정을 파기하고 적대관계로 돌아서게 되었다.

      현재 CNN을 비롯한 대부분의 핵심 주류언론들의 보도 경향은 반 트럼프이다. 이런 언론과 트럼트 대통령의 싸움이 격해지면서 지난해 8월 미국내 350개 신문사에서는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반언론 비판 사설을 일제히 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을 비판하는 일종의 '사설 연대'이었다. 헌법상에 언론의 자유가 강력하게 보장된 미국에서 다수의 신문이 일제히 한 목소리의 사설을 게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배타적 발언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신문들은 부패 정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현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들을 겨냥해 '국민의 적'이라 치부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도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임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두 동강 낸 무리한 인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고, 언론에 대고 성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것도 편파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현 정권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언론들을  싸잡아 가짜와 허위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왜 조국 관련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말하는지 모를 일이다. 입시 부정, 사모펀드 비리 등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기사화되었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정권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이라면 가짜뉴스 생산처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

     필자도 가끔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물론 공정하지 못한 언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보도를 해도, 관련 당사자와 언론사가 싸움을 한다고 꼬아서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언론은 사회적 비리를 파헤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사적인 감정보다 공적인 행보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또, 얼마전 주간포커스 신문사가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 시장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이 커뮤니티 내에 돌았다. 이를 두고 편파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또한 언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말이다. 덴버포스트지를 비롯한 뉴욕타임지 등 주류언론의 편집위원들은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대문짝만하게 알린다. 언론사들이 그들의 성향을 밝히는 것은 허위, 가짜, 편파 뉴스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대통령 또한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본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국민을 상대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 한다는데 있다. 만약 사실과 다르다면, 근거를 제시해 바로 잡으면 되는 일이다. 독립 선언서를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이 대통령이 되기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유명한 말이 있다. 그는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했다. 훗날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는 열린 사회에서 이뤄지는 언론 보도는 갈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언론의 역할을 수긍했다. 국민이 위임한 정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고, 정부의 감시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언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운 ‘신문이론’에서는 신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를 ‘기자의 자질’이라고 했다. 기자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기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또, 정치인들의 대다수가 자기 중심적으로 말을 하다보니, 대중들은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언론사의 선호도가 바뀐다. 그리고 대중이 좋아하는 기사분야도 천차만별이며, 인터넷에는 허위 기사들이 차고 넘친다. 이러한 혼탁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우리 사회는 똑똑한 눈을 가진 독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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