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항공사’ 오명 벗고 비상할까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HDC그룹(회장 정몽규, 사진)에 인수되면 아시아나가 새롭게 비상할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수를 결정한 HDC그룹이 아직 아시아나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우선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후 항공기 정비 및 부품 교체 등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면서 잦은 고장으로 덧씌워진 ‘불안한 항공사’라는 이미지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악재로 항공업계가 불황을 맞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저비용항공사(LCC) ‘난립’으로 인한 중·단거리 노선 경쟁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7조1천834억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보다 8.9%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보다 88.5%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천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가 그동안 흑자 실적 기조를 대체로 이어가면서도 무리한 차입 경영 등으로 재무구조를 부실하게 만들어 위기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사는 그 특성상 항공기 도입 등을 위해 유상증자, 차입 경영이 불가피한 구조다. 대한항공 역시 작년 차입금 규모가 11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700%에 육박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실적이 견고하고 모회사인 한진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 이런 구조를 버틸 여력이 있지만, 아시아나는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체력이 달리면서 이런 구조를 두고 경영 위기설이 계속 제기됐다.

      HDC그룹은 아시아나 인수 가격으로 2조4천억∼2조5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사는 데 4천억원 이하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할 신주를 인수하는 데 2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주 매입 대금 2조원이 아시아나에 수혈되면 현재 1조4천억원 수준인 아시아나의 자본금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66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도 277%로 떨어져 우량기업으로 가는 기틀이 마련된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와 자회사를 모두‘통매각’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어부산은 2008년 항공기 2대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해 현재 항공기 26대를 운용하며 35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2015년 창립해 현재 항공기 7대로 19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두 항공사를 묶어 별도로 매각한다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제주항공(애경)이나 기존 항공사들이 새로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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