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짓이라니요?>
     하와이에서 목회할 때 만났던 한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이 집사님에게는 택시를 운전하시는 남편이 계셨는데 이렇게 운전하시는 남편을 위해 30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김밥을 싸드리는 김밥사랑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김밥사랑으로 표현된 3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 집사님은 여전히 남편에게 이것 외에는 사랑의 표현을 못 하시고 살아오셨고 남편도 이 집사님에게 자상한 사랑표현 한번 한 적 없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난 뒤 제가 한번 이렇게 권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매일 싸시는 그 김밥도시락에 예쁜 카드 하나를 준비해서 매일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남편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담아보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드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난 뒤 집사님이 제가 권한 대로 한번 해보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드를 써서 김밥 도시락 안에 넣어 손에 들려 보내고는 그날 저녁 들어온 남편의 반응을 보니까 아무 말도 없길래 슬쩍 물어보셨다는 겁니다.

     오늘 도시락에서 뭐 본 거 없냐구.. 그랬더니 남편이 아무것도 못 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니 카드 하나 못 봤냐구 다시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무엇인가 있었다는 듯이 무슨 종이가 하나 들어 있어서 잘못 들어왔나 보구나 하고 운전대 옆에 빼어 놓아두었다는 것입니다. 집사님이 "으이구! 정말 뭐가 안 맞아도 되게 안 맞네. 내가 괜한 짓 했지"하며 속상해하고 있는 동안 남편이 살짝 나가서 차 안에 있는 카드를 가져와 읽고는 자기를 꼭 껴안아 주더라는 겁니다. 말도 잘 할 줄 모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방법도 잘 모르지만 지난 30년 동안 매일 새벽에 싸던 김밥만으로도 그 사랑이 충분히 전해졌을 터인데 그래도 전해지지 않은 남은 마음을 전해보려는 집사님의 마음을 가슴으로 느껴진 적이 있었습니다. 뭔가를 어렵사리 시도했는데 반응이 없거나 열매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낙심하거나 시도한 일이 별로 의미없는 괜한 짓을 했다고 묻어버리기가 쉽습니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나름 열심히 살았어도 여전히 괜한 짓을 한거는 아닌가 하는 일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눈에 띠는 알려진 공로보다도 괜한 짓처럼 느껴지는 아무도 모르고 알아주지 않는 성도들의 헌신과 숨겨진 시도들, 가정을 지키고 교회를 지켜가기 위해 남들이 볼 때 괜한 짓처럼 보여지는 사랑과 용서와 화해의 시도들, 해도 해도 안 변하고 아무런 열매가 보이지 않는 많은 목회적인 시도들, 뚜렸한 열매도 없는데 연합하고 하나되는 일에 목청높이며 소리를 내었던 일-정말 괜한 짓들이었을까? 인류역사에 가장 괜한 짓을 한 사람은 예수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늘에 계셔서 영광만 받으시면 되는데 굳이 이 땅에 오셔서 고통받고 조롱받으며 결국 가까운 사람의 배신에 십자가에서 처절하게 죽어야 하는 일을 겪었던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렇게 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정말 괜한 짓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의 괜한 짓 때문에 인간을 향한 가장 위대한 사랑을 우리에게 나눠 주신 사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괜한 짓 때문에 땅과 하늘의 만나고 하나님과 인간의 간격이 메꿔지고 이런 괜한 짓 때문에 여전히 세상이 살만한 이유가 만들어 지는 것을 보면 괜한 짓은 계속 되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등학생이 울었던 이유>
     45년 전 고등학교 수업시간 때 였습니다. 지구과학을 수업하던 중에 지구를 둘러싼 상층부에 오존층이 있어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막아준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순간 가슴이 떨리며 엄청난 감동을 느낀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세밀함과 위대함에 감탄을 한 것입니다. 그런 감동이 있고 얼마 뒤 교회에서 학생성가대로 섬기면서 헌신예배에서 찬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불렀던 찬양이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 나오는 “저 하늘은 주 영광 나타내고”라는 노래였습니다. 이 찬양이 시작되면서 압도되는 감동으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찬양을 부르던 내내 온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그분의 손안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하는 온 우주를 떠올리며 감격과 함께 눈물로 찬양을 드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때 찬양을 지도하시던 분이 가곡 ‘바위고개’를 작곡하신 이흥렬선생님의 아드님이신 고 이영수 선생이셨습니다. 제게 찬양의 감동으로 첫 눈물을 채워주신 분입니다. 이선생님이 훗날 한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시게 되었는데 그분의 아끼시는 제자가 바로 콜로라도 합창단을 지휘하시는 김태현 선생이신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콜로라도 합창단이 바로 이 천지창조를 준비하여 공연한다는 소리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45년 전 한 고등학생이 이 노래를 부르며 흘렸던 감동의 눈물이 어쪄면 다시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감동과 눈물의 의미를 함께 부르는 자리에서 그리고 함께 듣는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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