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이미 대대손손 삐뚤어져 왔음을 나는 몇 권의 졸저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누누히 밝혔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적어도 1세기 이상 실시되어 온 전세계의 영어 공교육은 분명히 삐뚤어졌다. 심지어 오늘날 미국의 각 대학이나 공립학교 및 사립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ESL 프로그램들도 하나같이 잘 못 되었음을 나는 여러 곳에서 강조하였다. 영어교육이 삐뚤어졌다는 말은 학습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영어를 습득할 수 없거나 대단히 비능률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이나 외국 및 미국의 공교육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어교육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의 모두가 똑 같은 과정이다. 미국에서 하는 영어교육이 다른 점이 있다면 똑같은 과정의 과목을 원어민이 가르친다는 것뿐이다. 삐뚤어진 영어교육이 원어민이 가르친다고 바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삐뚤어진 영어교육을 조장 및 촉진하는 요인들은 여러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학습자들이 삐둘어진 영어교육을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말은 고사하고 읽기만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그와 같은 영어교육의 지속성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않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문서를 대하면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라고 구분한다. 다행히도 까만 것들 가운데 끼어있는 숫자는 알아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은행이든, 전화국이든, 국세청이든, 병원이든, 보험회사든 제목만 보면 알아볼 수 있는 곳에서 청구서를 받으면 숫자 칼럼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숫자를 다 더한 것이나 아니면 맨 아래에 있는 숫자가 내야할 돈이라고 믿고 그냥 수표를 끊어서 보내버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즉, 되돌려 받아야 할 돈인지 아니면 내지 않아도 될 돈인지를 모르고 없는 돈에 힘들여서 자꾸 보낸다. 돈을 내도 내도 밸런스는 줄어들지 않고 자꾸 올라가니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전화도 할 수 없고, 이유도 모르게 숫자는 자꾸 높아지고… 크레딧 (credit)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매달 돈을 내니 크레딧의 총액이 자꾸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그런 분들은 credit이라는 단어 하나의 뜻만 정확히 알았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하소연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주지 카운티에서 보내오는 주택세의 경우도 그렇다. 융자를 받아서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융자회사에 일정액의 세금을 매월 예탁(escrow)하고 융자회사는 1년동안 예탁된 돈을 이용하여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렇지만 카운티 정부에서는 실제의 주택 소유주에게도 세금통지서를 보낸다. 온통 까만 것에 숫자만 보일뿐 알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수표를 끊어서 보낸다. 그리고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많은 애간장을 태운다. 보험회사나 세무소 등에서 친절하게도 ‘not for collection (수금용이 아님)’ 이라고 큼직하게 제목으로 적혀있어도 맨 아래 나오는 숫자는 내야할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친절한 배려도 ‘까만 것’은 도대체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어에 맺힌 한은 더더욱 깊어지고, 결국 큰 결단을 내릴 때는 ‘말은 고사하고 읽을 줄만 알아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은 고사하고’ 문법이나 간단한 읽기만 가르쳐주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등록을 한다. 사실상 주변에 있는 절대다수의 영어 프로그램이 ‘말은 고사하고’ 엉뚱한 영어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실생활에 중요한 단어를 좀 익히고 위와 같은 ‘터무니 없는 실수’만 피할 수 있는 것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째 학습자들이 ‘말을 하면 잘 읽을 수 있다’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말하기와 읽기를 별개의 과정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영어를 ‘말은 고사하고’ 읽을 수만 있기까지의 공부과정이 ‘말할 수 있기’ 까지의 과정보다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이다. BTM을 활용하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기’까지의 과정은 열심히 하는 학습자의 경우 약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통적인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말하기나 듣기 및 쓰기는 고사하고 원만한 읽기 능력만 터득하는데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2-3년은 충분히 걸린다. 그리고 나서 듣기나 말하기 및 쓰기는 각각 수년에 걸쳐서 다시 추가로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삐뚤어진 영어교육의 결과인 것이다.

BTM은 그 퍼짐이 미약하고, 대단히 비현실적이며 삐뚤어진 영어교육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영어에 한맺힌 많은 학습자들의 행운과 건투를 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