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어린 시절, 2010년대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꾸며진 영화가 여럿 있었다. 심지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에서 설정된 지구멸망의 시기는 이보다 빠른 2008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건재해서 또다시 희망찬 새해 2020년을 맞았고 새로운 각오로 한 해를 준비하려고 한다.  경자년 새해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각오는 이랬으면 한다. 첫 번째 양심이다. 자주 언급하는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 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지켜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박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 대씩 선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시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과 담배 판매 연령 지키기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었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 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두 번째는 말의 예절을 배우는 일이다. 이는 한국말을 배우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한국말에는 존칭의 예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 십대들을 보면 기특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물론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두 존경받을 만한 어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영어에서 어른과 아이가 서로에게 ‘You’ 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어는 서로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존칭보다 서로에게 공손한 표현이 더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새해 초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을 새겨두어야 할 시기이다. 한 달 전 즈음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한 동포가 있었다. 한국말이 무척 서툴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반말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사를 표하는 마음이 전달되었던 독자였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도 그의 말에는 공손함이 담겨 있었다. 한국어든 영어든 언어라는 것은 배운다고 금방 능숙하게 말할 수는 없다. 비록 어수룩하지만 공손함이 담겨 있는 말이라면 천 냥 빚을 갚기에 충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겠다. 우선 노우회관이 진정 노인들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사람들이, 노우회관까지 판다면 이는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향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원래 노우회관은 한인사회와 정부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엄연한 한인사회의 공공시설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관계자 서너 명의 잘못된 아집으로 인해 한인 노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또, 노우회라는 비영리단체의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자기들끼리 나눠 쓰고, 몰래 건물까지 팔려고 했던 이들이, 똑같은 구성원으로 단체명만 바꾸었다고 해서 그들의 구린 행실들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올해야말로 이런 비이성적인 고집들을 내려 놓아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나잇값 하지 못하고 한인사회에 피해만 끼친 것에 대한 수치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외에도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덴버-인천간 직항노선 개설건, 한국어 운전면허 시험, 코리안 센터 건립 등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안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 모든 것들은 관련자들이 열정과 소신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고무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각오는 이렇다. 사람들 이야기가 넘쳐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가슴 뜨거운 이야기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고 싶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지금까지 해온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도 지속될 것이다. 유익하고 볼거리 많은 기사로 독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생각이다. 포커스 문화센터와 웹사이트, 전자신문도 더욱 활성화시켜 또 다른 여론 수렴의 장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한인 2세를 위한 교육정보 제공과 문화행사 개최에 비중을 둘 생각이다. 2세들에게는 한인사회를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부모들에게는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20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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