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칼이 조국 겨누자‘팽’당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47·연수원 27기)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급)은 8일 부산 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난 것에 대해 "어디서든 공직자로서 맡은 임무를 최선을 다해 할 것"이라며 "사의를 표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좌천돼도 사표 안 낸다"
     이날 인사에선 청와대를 겨냥한 울산시장 개입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도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했으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 맞다"며 "사표를 내는 것보다 현행 검찰 인사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석열(60·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해 적폐수사의 실무를 맡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모두 구속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불린다.

◆조국 수사 전까진 개국 공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뒤부터는 청와대와 여당의 '공공의 적'이 됐지만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한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개국 공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 검사로 승진한 한 검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 의혹을 밝혀내 전직 국정원장들을 구속기소했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수차례 피해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한 검사장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이끌었던 것도 한 검사장이었다. 한 검사장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하는 등 전·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했다. 당시 법원에선 검찰 수사를 강력히 반발했지만 청와대 등 여권은 한 검사장의 수사를 지지했다.

◆정권 눈밖에 난 한동훈 
     이처럼 지난 정권을 겨냥한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한 검사장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난 뒤부터는 정권 눈밖에 났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 검사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원칙적인 검사"라며 "한동훈의 칼이 자신들을 겨누자 정권이 토사구팽한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현 정부에서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한 한 검사장은 검사 임용 뒤 첫 임지가 서울중앙지검이었을 만큼 기수 내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대검찰청, 법무부, 중앙지검, 청와대 등에서 근무했던 한 검사장은 검사 기간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최태원·정몽구 등 재계 총수, 전직 대법원장과 국정원장, 장관들을 모두 구속기소한 유일한 검사이기도 하다. 한 검사장은 "나를 포함한 동료 검사들은 모두 열심히 또 후회없이 일했다고 생각한다"며 "인사가 났으면 따를 뿐이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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