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대학 입학 예정

오로라의 체로키 트레일 고등학교 졸업반인 심지용(17) 군이 전국 삼각함수대회 (National trigonometry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콜로라도 학생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심 군은 리처드 이 로맥스 전국 트리그스타 대회(Richard E. Lomax National Trig-Star competition)에서 전국에서 참가한 33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해 2천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또 심 군의 삼각함수 선생님인 도티 데이디 역시 전국 우수 교사상 1위를 차지했다. 심 군은 정해진 시간 내에 삼각함수 문제를 적절한 삼각 공식, 원형 공식, 사인과 코사인 법칙을 이용해 풀어내는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다른 경쟁자들을 제쳤다. 대회의 규정에 따르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답을 맞춘 학생이 우승한다.

이번 삼각 함수 대회에 주마다 대회를 치르고 1등을 주 대표로 전국 대회에 내보낸다. 주 대회의 규정은 1시간에 문제 3개를 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이해내는 사람을 뽑는다. 이 주 대회에서 심 군은 3년 연속으로 주 대표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심군은 불과 11분만에 모든 문제를 정확하게 맞춘 기록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회는 이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문제 3개가 출제되며, 시간도 2시간 30분이 주어진다. 각각의 문제는 또 다른 작은 문제 4-6개가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20개 정도가 된다. 심 군은 이번 전국 대회에서 단 27분 만에 모든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심 군은 올 가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오로라에 거주하고 있는 심군은 한국에서 태어나 3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왔다. 당시 아버지는 포트 콜린스에 있는 콜로라도 주립 대학의 유학생 신분이었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입학한 프리 스쿨은 어린 심군에게는 고역이었다. 학교에 있기 싫어 울부짖는 심군을 창문 너머 몰래 지켜보며 엄마는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말문이 트였고, 금새 미국 학생들을 따라잡아 2학년을 마치고 바로 4학년으로 월반을 하기까지 했다. 심군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특히 너무 재미있고, 공부하는 것이 즐거울 정도”라고 한다. 현재 오라클 데이터 베이스 회사에서 근무하는 심 군의 아버지가 어린 심 군을 앉혀놓고 재미있을 수학을 가르치며 기초를 닦아놓은 덕분에 심 군은 지금까지도 수학이 공부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다고 한다.

그의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지민 등 4명이다. 두 남매의 사이가 유별나게 좋아, 한국에 가면 애인이나 부부 사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가족애도 돈독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대학 진학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수학 클럽을 직접 만들 정도로 열성을 보인 심군이 공대를 목표로 하면서, 심군의 공부에도 탄력이 붙었다. 잠 잘 시간을 줄여가면서 학업에 매진한 결과 2400점 만점의 SAT 시험 점수가 무려 2340점이나 된다. 수학과 쓰기는 모두 만점을 받았고, 독해만 740점으로 4문제를 틀렸다. GPA 성적 역시 4.0 만점에 4.0, IB와 AP 클래스를 포함하면 5.0 만점에 4.72점으로 학교에서 최우등이다.

심 군은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대학에서 전자 전산 공학(Electrical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을 전공할 예정이다. 이 학과는 사람 수도 제일 많지만, 들어가기가 가장 어려운 학과 중에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 관련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적이 없다. 플룻 레슨을 4년 정도 받은 것이 전부이다. 골프도 3년 정도 취미 삼아 치면서 85타나 치는 실력이다. 한국 노래를 즐겨 듣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MC 몽이란다. 심 군의 아버지인 심규석(46)씨는 자녀 교육의 비결에 대해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대화를 많이 나눈 정도”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심 군은 아주 어릴 때 미국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말로 인터뷰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보였다. 성 로렌스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에서 오래 살다 온 학생들을 제치고 각종 글짓기와 말하기 대회를 휩쓸 정도이다. 심군에게 장래희망에 대해 묻자 “일단 구글이나 애플 같은 컴퓨터 전자 분야 개발 회사에서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은 후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심 군에게 후배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면 더 잘 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되면 열심히 파고 들라는 것이다.

옆에서 아버지가 그렇게 따지면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심군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싫어하는 것이 있으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심군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역사이다. 그러나 역사가 싫다고 해서 계속 외면만 할 수는 없는 법. 심 군은 나쁜 상황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래서 과목이 싫어도 역사 선생님이 좋다던가,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좋다든지, 그러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역사 수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상금으로 받은 2천달러는 대학등록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하는  심 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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