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외손녀(박성주)는 대추 열매(Date palm)를 좋아한다. 당도가 높아서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중동에서 사역할 때에 양고기와 함께 즐겨 먹던 과일이다. 이곳에서 구입한 대추를 먹어보니 중동산과 맛이 같고 꿀과 같이 달았다. 원래 대추나무의 원산지는 중동인데 19세기 말경에 미국으로 수출이 되었고,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와 같이 기온이 높고 건조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대추야자는 기온이 높고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지가 없이 20m-30m 높이로 곧게 자라며 2m-3m 길이의 긴 잎이 숲을 이루고 그늘을 제공한다. 열매는 처음에 녹색이었다가 익어가면서 짙은 갈색이 되고 수확할 때가 되면 적색으로 변하면서 속이 부드럽고 단 과일이 된다. 대추 열매의 포도당은 천연꿀보다 강도가 높고,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로 회복, 시력 보호, 혈액 순환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과실로 알려져 있다.

     베두인들이 유목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대추 열매가 귀중한 식량이었다. 그래서 정착민들은 오아시스와 대추 야자를 확보하기 위해 부족 간에 많은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들은 대추야자 잎으로 깔개, 바구니 등 생활 용품을 만들어서 사용하였고, 잎과 줄기를 진흙에 넣어서 성과 집을 짓기도 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구(舊) 리야드(Al-Diraiya)에 보존하고 있는 문화재는 대부분 대추야자 잎과 줄기를 이용해서 만든 토담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국장에 대추야자 나무를 그려 넣었고, 리야드의 관문인 공항 청사를 대추야자 모양으로 건축을 해서 외국인들에게 대추야자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역할 때에 공항으로 가는 길 양옆과 중앙에 대추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것을 보았다. 햇빛이 강렬하고 강우량이 적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들은 호수를 지하로 연결해서 물을 주고 있었다.


     내가 미국으로 이주한 후 10년이 지난 후에 리야드교회의 초청으로 리야드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공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이 대추나무 숲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대추야자를 종려나무로 소개하고 있다(출15:27).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한 후에 마라의 기적을 경험하고(출15:22-26) 물샘 열둘과 종려나무 70주가 있는 엘림에 도착해서 장막을 쳤다. 그들은 그곳에서 생수와 대추야자로 새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에 대추야자가 많았던 여리고를 종려 성읍으로 불렀다(신34:3) 시인은 의인의 번성을 종려나무와 같다고 칭송하였으며(시92:12), 종려나무를 미의 상징으로 묘사하였다(아7:7). 종교심이 깊은 유대인들은 초막절에 종려나무 가지로 움막을 만들었고, 매일 회당에서 종려나무 잎을 흔들며 여호와를 찬양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 하실 때에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쳤고(요12:13), 구원받고 승리한 성도들이 천상에서 기쁨에 겨워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계7:9-10).

     외손녀가 성장하면서 종려나무와 같이 강하고 실용적이며, 다른 사람에게 인생의 의미(맛)를 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게 되므로 땀 흘려 수고하여도 노력하는 것만큼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지만(레26:20), 종려나무와 같이 변함없는(푸른)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믿음은 이웃과, 자연,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며, 은사이다. 이웃을 신뢰할 때에 마음이 편안하고, 자연의 질서를 따를 때에 육신이 건강하며, 하나님을 믿고 사랑할 때에 영혼의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나님만이 채우실 수 있는 영적 공간이 있다. 하나님은 자신을 믿고 구하는 자들에게 은혜로 그 공간을 채워주신다(시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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